청주(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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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 피어나면
2월 겨울 들녘에서 냉이를 캐온다. 흙을 털어주고 깨끗이 씻어준다. 잎 중간 연녹색 꽃대에 하얀 꽃을 피운 냉이가 보인다. 처음 보는 냉이꽃이다. 꽃바구니가 그려진 식탁에 냉이를 올리고 자그마한 냉이꽃을 바라본다. 겨울 속에서 봄을 터뜨리려는 찰나다. 냉이꽃의 꽃말은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로, 사랑과 헌신을 상징한다. 자세히 보면 냉이꽃 피어 있는 울타리여라 에도시대 하이쿠(일본 정형시의 일종이다. 각 행마다 5, 7, 5음으로 모두 17음으로 이루어진다.)의 성인(俳聖, 배성)으로 칭해질 정도로 일본 하이쿠 역사의 최고봉으로 손꼽히는 '마츠오 바쇼'가 냉이꽃을 보며 쓴 시다. 류시화 시인은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에서 이렇게 풀이한다. "'자세히 보면'이 설명적이라서 하이..
2024.03.06 -
그녀의 유혹은 아직?
출근 버스를 기다리며. 그녀는 아직 자는 중이다. 다행이다. 아름다운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자고 일어나 얼마나 많은 사람을 꼬실려고.
2024.02.27 -
쓸쓸한 거리에도 정(情)은 따뜻하다!
"쓸쓸한 거리에도 정(情)은 따뜻하다!" 쌀쌀한 오후 낙엽이 모이는 길거리 중간에 노점이 있다. 약국과 분식집은 할머님을 인정한다. 할머님은 분식집 출입문 의자에 앉아 손님이 오는지 바라보신다. 낙엽보다 더 진한 그을린 갈색 얼굴로….
2023.11.18 -
호랭이 취하다!
청주 수암골 벽화마을에 그려진 호랑이 벽화다. 벽화 제목이 꽃에 취한 호랭이다. 눈이 빨갛게 충혈될 정도로 꽃에 흠뻑 취한 호랑이의 모습이다. 옆에 술박스가 보인다. 혹 술에 취한거 아닌지 생각 해본다.(눈보단 덜하지만 코도 빨갛다.) 낮엔 꽃에 취하고, 밤엔 술에 취하는 호랭이처럼 취하고 싶은 시절이다. 우측 사진은 술박스가 없을 때 모습이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사람의 생각도 달라진다.
2020.09.11 -
늙은 오이의 맛깔난 변신, 노각무침(Yellow Cucumber Salad)
[내 인생의 머드러기] 표준국어대사전에 설명된 '머드러기'는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또는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여행하며 맛 본 내 인생의 머드러기 먹거리를 소개한다 [노각무침] 국문명 :노각무침(nogangmuchim) 다국어 :nogangmuchim, Yellow Cucumber Salad, 老いキュウリの和え物, 凉拌老黄瓜, 涼拌老黃瓜 노각은 완전히 익어 표면의 색깔이 누렇게 된 늙은 오이를 말한다. 껍질을 벗겨 속을 긁어낸 다음, 소금에 살짝 절여 갖은 양념에 버무려 먹는데, 아삭아삭한 맛이 좋다. Peeled and cored nogak (overripe cucumber) lightly ..
2020.09.05 -
쌉쓰레한 민물의 맛, 올갱잇국(Melanian Snail Soup)
[내 인생의 머드러기] 표준국어대사전에 설명된 '머드러기'는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또는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여행하며 맛 본 내 인생의 머드러기 먹거리를 소개한다. [올갱잇국] 국문명 :올갱잇국(olgaengitguk) 다국어 :olgaengitguk, Melanian Snail Soup, カワニナスープ, 川蜷汤, 川蜷湯 올갱이 삶은 물에 쌀뜨물을 섞어 된장을 풀어 끓이고, 삶은 올갱이는 살만 발라 아욱과 부추, 고춧가루, 다진 파, 마늘 등을 함께 넣어 끓인다. 숙취해소와 간의 피로를 푸는 해장국으로 많이 먹는다. Doenjang (soybean paste) soup made by boil..
2020.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