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먹거리/토렴

대를 잇는 빨간 맛엔 인정이 철철 넘친다?

찐 바롱이 2025. 2. 1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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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식육식당은 광주 평동저수지에서 가까운 명화동 보건진료소 옆에 있다. 1969 시작해 3대째 이어오는 식당이다. 직접 기른 돼지로 식육점을 운영하며 팔기도 했지만, 현재는 애호박옛날국밥만 맛볼  있다.

 

애호박 국밥 가격은 2017년 8,000원 이후 10,000원을 거쳐 2025년 1월 27일부터 1,000원 인상하여 11,000원에 판매한다. 영업시간은 10:00 시~21:00 시이며 일요일은 정기 휴무이다.

 

명화식육식당은 광주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식당이지만 평일, 주말 상관없이 대기 번호를 받아 기다려야 할 만큼 전국적으로 알려진 식당이다. 2017년 12월 광주광역시를 대표할 만한 깊고 독특한 맛을 갖춘 ‘게미맛집’ 5곳에도 선정되었다.

 

광주송정역에서 나주 터미널행 601번 시내버스를 타고 명화동 버스정류장에 내린다. 30여 m 아래로 내려간다. 명화 방앗간 옆으로 허름한 단층 건물이 보인다. 명화식육식당이다.

 

한갓진 시골의 낡은 식당을 바라본다. 빨간 간판에는 ‘명화식당 식육점’ ‘명화식육식당’ ‘명화 애호박 옛날국밥전문’ 이라 쓴 큰 글자가 눈에 띈다. 출입문 위에는 좌우로 소와 돼지가 그려져 있고 그림 사이로 ‘명화 식육·식당’ ‘애호박 옛날국밥’ 글자가 쓰인 긴 간판이 달려 있다. 

 

출입문 앞으로 다가간다. 출입문 왼쪽에 ‘목삼겹살, 삼겹살, 주물럭, 옛날국밥, 곱창전골’ 글자가 보인다. 소와 돼지를 이용하여 만든 메뉴들이다. 현재는 옛날국밥이란 쓴 애호박국밥만 맛볼 수 있다.

 

키 낮은 출입문을 열고 들어간다. 여자분이 몇 명인지 물어본다. 혼자라고 말하며 빈자리에 앉는다. 메뉴판은 없다. 애호박국밥 단일 메뉴라 사람 수만 말하면 된다.

 

식당 내부를 살펴본다. 10여 개가 조금 넘는 좌식 테이블이 있는 홀과 2개의 방이 있다. 일요일 교회 가느라 휴무라는 안내판과 안내문이 식당 내부에 붙어있다. 돼지고기 국산, 쌀 국산, 김치 국산이라는 원산지 표시도 보인다. ‘국산’이란 글자는 손님에게 음식에 대한 믿음과 입맛을 끌어올린다.

 

식당 내부도 외관만큼이나 볼품없지만, 오래된 시골 고깃집 분위기가 느껴진다. 옛 맛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식육점, 식육식당이라는 상호가 붙은 까닭을 생각하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끄덕이던 고갯짓이 멈출 때쯤 식탁 위에 애호박옛날국밥과 콩자반, 콩나물무침, 묵은김치, 마늘초절임, 깍두기 등 밑반찬이 차려진다.

 

애호박옛날국밥을 훑어본다. 큼직한 은빛 스테인리스 그릇 안에 시뻘건 국물이 압도적이다. 은빛 차가움은 붉은빛 따뜻함을 담아낸다. 강렬하게 눈맛을 자극하며 입맛을 돋운다.

 

빨간 국물 위로 뭉텅뭉텅 큼지막하게 썬 돼지고기, 굵직하게 숭덩숭덩 썬 파릇한 애호박, 길쭉하고 크게 썬 새송이버섯 등 건더기들이 고봉밥처럼 봉곳하다. 수북이 쌓인 건더기를 뒤적인다. 찰랑거리던 빨간 국물이 식탁에 깐 하얀 비닐에 넘쳐흐른다.

 

국물을 뒤적여 보니 하얀 밥이 보인다. 식은 밥이다. 뜨거운 국물을 붓고 덜어내며 식은 밥에 먹기 알맞은 온도를 맞춘다. 차가움은 뜨거움에 배어나고 뜨거움은 차가움에 스며든다.


애호박옛날국밥은 말린 해조류로 끓인 육수채소들을 끓인 육수고기와 뼈로 우려낸 육수  3가지 육수를 따로 준비하여 저온 저장한다손님이 주문하면 3가지 육수를 비법비율로 섞고 국산 태양초를  돼지고기와 애호박,새송이버섯을 얹는다.

 

건더기들을 밀치고 국물만 크게 한술 떠먹는다. 강렬한 빨간 색감처럼 자극적이거나 맵지 않다. 눈맛과 입맛은 달랐다.

 

몇 차례 더 국물을 맛본다. 해산물 육수의 시원한 감칠맛, 국산 태양초의 텁텁하지 않은 깔끔한 매운맛, 애호박과 양파에서 우러난 자연스러운 단맛, 고기와 뼈로 우려낸 구수한 감칠맛 등이 어우러지며 입안을 풍성하게 감친다. 물리지 않는 국물만 두 숟가락 더 먹는다.

 

숟가락으로 건더기와 밥을 뒤섞는다. 숟가락을 국물 깊숙이 넣어 밥과 건더기를 푹 퍼 우걱우걱 씹는다. 

 

뜨거운 육수가 스며든 담백한 밥알은 촉촉하게 씹히며 은은한 단맛과 얼근한 매운맛을 뿜어낸다. 껍질과 비계, 살코기 등이 섞인 돼지고기는 육질이 보들보들하면서도 졸깃하다. 씹을수록 감칠맛이 부드럽게 녹아든다. 너무 무르지 않은 애호박은 기분 좋게 씹히며 달금하다. 익숙한  다른 맛과 다양한 식재료의 씹는 맛이 리드미컬하다.

 

밥과 건더기는 비법 육수를 머금으며 따로 함께 입안에서 자분자분 어우러진다잇따라 숟가락질은 이어지고 입술은 벌겋게 물들어 간다

 

'게미지다( 맛이 아닌  한번 좋았다가 마는  아니라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 당기고 그리워지는 맛을 의미하는 남도 사투리다.)' 전라도 말이 걸맞은 국밥이다.

 

품질 좋은 국내산 식재료시간과 정성으로 만든 남다른 육수푸짐한 양이 담긴 애호박옛날국밥  그릇에는 대를 이어가는 인정과  맛의 향수가 철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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