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토렴을 아시나요?
대장군은 충주 수안보 온천단지에서 월악산 방면으로 약 3km 길가에 있다. 꿩 요리 기능보유자 1호인 박명자 씨 부부가 1988년부터 운영한 꿩고기 전문점이다. 2019년 10월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에도 선정되었다.
딸 부부가 식당과 꿩 농장을 함께 운영하며 대를 이어가고 있다. 꿩고기 신선도 유지를 위해 당일 판매량만 소진하며 100% 예약제로 운영한다.
대표 음식인 꿩 요리는 식당 옆 농장에서 방목해 기른 신선한 꿩의 여러 부위와 뼈를 사용한다.
동치미·생채·회·샤부샤부·만두·초밥·산나물전·꼬치·불고기·수제비 등 다양한 요리를 순서대로 제공한다. 다양한 부위를 사용하는 음식은 조리법도 갖가지다. 다른 고기를 사용한 것처럼 식감과 맛도 색다르다.
친구 차로 함께 천연기념물 괴산 미선나무 자생지를 찾았다. 율지리, 송덕리 미선나무 자생지를 거쳐 추점리 미선나무 자생지를 마지막으로 답사하였다. 답사 후 미리 정해둔 점심 장소인 대장군으로 향했다. 8.3km 15분 정도 걸렸다.

꿩 요리 2인분을 주문한다. 식탁에 무생채와 채소무침이 찬으로 나오고 앉은 자리마다 동치미와 양념장이 놓인다. 동치미를 맛본다. 꿩 육수를 넣어 만든다는 동치미 국물이 산뜻하다. 무는 단단하지도 무르지도 않게 어금니를 놀린다.
동치미 국물만 두어 번 들이킬 때쯤 꿩 회가 접시에 담겨 나온다. 말간 육수에 무를 썰어 넣은 넓적한 냄비도 전기 가열기에 얹어진다. 온도를 올려 육수를 끓인다.
꿩 회를 훑어본다. 네모난 접시에 하얀 무채를 깔고 붉은빛이 또렷한 꿩고기를 얇게 저며 차곡차곡 맞대 두 줄로 담았다. 신선함이 눈맛을 자극한다. 꽃 모양으로 멋을 낸 당근 중앙에 고추냉이도 둥글게 얹었다. 얇게 썬 참치회를 떠올리게 하는 차림새다.
젓가락으로 꿩 회를 집으려는 찰나 2대째 대를 잇는 사위분이 꿩 회 먹는 방법을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꿩은 생으로 먹어야 꿩고기를 제대로 즐기는 거라며 회로 나온 꿩 앞가슴살을 고추냉이를 얹어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라고 한다. 주인장 말 따라야 음식을 맛나게 먹을 수 있다.
한 점 집어 알려준 방법대로 해서 입에 넣는다. 씹을 겨를도 없이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얇기는 복어회와 비슷하지만, 식감은 극과 극이다. 알싸한 고추냉이와 양념장의 짠맛이 꿩 회의 맛을 가리지 않는다. 신선한 꿩고기의 담백함이 자극적인 맛을 토닥이며 감싼다. 몇 점도 같은 방법으로 먹는다.
꿩 회를 무절임과 곁들여서도 맛본다. 비린 맛이 없는 담박함에 새콤한 맛이 더해진다. 꿩고기의 얇은 섬유질에 무채가 살강살강 리드미컬하게 씹히며 단조로운 식감에 흥을 보탠다.
꿩 회를 두 가지 방법으로 번갈아 가며 먹다가 끓고 있는 육수를 본다. 샤부샤부 식으로 먹어보기로 한다. 오래 끓이면 질겨진다는 주인장 말을 떠올리며 몇 점을 육수에 담근다. 꿩토렴이다.
우리말샘은 ‘꿩토렴’을 “얇게 썬 꿩의 가슴살을 끓는 육수에 넣어 살짝 익혀 먹는 음식.”이라고 정의한다.
두산백과의 ‘꿩토렴’에 대한 설명을 보면 “꿩토렴은 꿩의 가슴살로 만든 음식으로 먹는 방법이 샤부샤부와 비슷하다. 꿩고기를 끓는 물에 살랑살랑 흔들어 익혀 된장소스에 찍어 가면서 채소와 같이 먹는다. 꿩토렴은 포를 뜨듯이 얇게 써는 것이 중요하다. 꿩토렴은 샤부샤부와 먹는 방법이 비슷한데, 채소는 살짝 익혀 먹어야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고, 꿩고기도 너무 익히면 맛이 없어진다. 된장 소스 외에 참깨, 들깨, 간장, 하귤즙을 넣어 다양한 소스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회를 끄집어내기까지 속으로 셋을 쉬었지만, 시간은 체 2초도 걸리지 않았다. 붉은빛이 사라진 꿩토렴을 맛본다.
꿩 뼈, 무를 넣어 끓인 담백한 육수를 머금은 꿩고기는 꿩 회보다 졸깃해졌지만 질기지는 않다. 매콤, 새콤한 채소 무침 또는 양념장을 곁들여 먹는다.
꿩 회와 꿩토렴을 오가며 맛을 본다. 접시에 붉은색 두 줄은 사라지고 하얀 무채만이 덩그러니 남는다. 꿩토렴을 한 국물은 나중에 수제비를 넣어서 먹는다. 불을 줄여 끓인다.
꿩 생채는 꿩 속 가슴살에 여러 채소를 썰어 넣고 수제 양념으로 버무려 먹는다. 외국 손님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새곰달금한 소스가 식재료의 어우러지며 풍미를 돋운다.

꿩만두는 1인당 두 개씩 내준다. 꿩만두는 두부·쪽파·표고버섯 등 채소에 여러 꿩고기 부위를 다져 소를 채운다. 꿩만두를 한입에 넣고 맛본다. 지방이 없어 담백하다. 여리지만 구수한 향도 느껴진다. 주인장 말처럼 만두 속 내용물이 풀어지지 않는다. 속 재료가 찰지게 뭉쳐져 있다. 둥글게 뭉쳐진 완자 맛이다.

주인장은 꿩 꼬치를 끼우는데 한나절 이상 걸린다며 꿩 요리 중에 손이 제일 많이 가는 음식이라고 한다. 꿩 꼬치는 꿩 허벅지살을 사용한다. 정성스러운 손품이 담긴 음식을 귀하게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다.

꿩 불고기는 꿩 잡고기 살과 염통, 모래주머니, 날개살, 등살을 달짝지근한 양념에 볶아 먹는다. 꿩고기는 열을 가하면 질겨지고 영양가도 떨어진다고 한다. 꿩고기 붉은빛이 사라진 후 맛보라고 한다. 꿩고기를 익혀 영양가는 낮지만, 맛은 좋다고 주인장은 말한다.

꿩토렴한 육수에 수제비를 넣는다. 수제비는 당근, 밤, 브로콜리, 단호박 등 여러 가지를 갈아서 반죽에 넣는다. 색감이 예쁘다.
깔끔한 감칠맛의 꿩 육수를 들이켠다. 개운하다. 눈맛으로 식욕을 돋은 손 반죽한 수제비도 맛본다. 쫀득하고 찰지다.
꿩 육수로 만든 수제비는 꿩 요리의 제일 마지막 음식이다. 맛도 배도 가득 채워준다.
후식으로 내주는 수정과를 입안에 머금고 꿩요리를 하나씩 되짚어본 후 목으로 넘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