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의 밤도 우정도 깊어진다

2026. 3. 15. 08:36구석구석 여행기/여행의 완성(여행코스·가볼만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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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녁 태백으로 향하기로 했다.

남녘의 매화 소식에
마음이 요동치지만.

36년 벗과 통화 후
저녁은 물닭갈비에
한잔 하기로 약속도 잡았다.

낡은 무궁화호 열차는
늙어가는 나를 태우고
북쪽 길을 향해 달린다.


태백은 겨울 나라였다.
봄은 시늉도 없었다.

산등성이마다
눈빛이 남아 있었고,

바람 끝은
여전히 겨울이었다.



친구를 만나
물닭갈비에 술을 마셨다.

태백 물닭갈비는
광부들의 먹거리가 넉넉하지 못하던 시절,

산나물과 채소, 닭고기를
육수가 담긴 가마솥에 넣어
끓여 먹던 것에서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닭볶음탕이나
철판 닭갈비와는
결이 다른 맛이다.

36년 지기 친구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태백의 밤도
우정도
깊어진다.


친구와 헤어지고
태백에 오면 늘 묵는
사우나로 향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내일 아침 6시 20분,
검룡소행 첫 버스를 타기 위해
씻고 잠을 청한다.

태백의 하루가
저문다.



다음날 아침 6시 15분,
밖은 아직 어둡다.

하지만
태백버스터미널 안은
불빛으로 환하다.



6시 17분,
조탄행 버스에 오른다.

기사님께
검룡소에 가는지
여쭤본다.

기사님은
“네, 갑니다.”

짧지만
믿음이 가는
대답을 건넨다.

6시 20분,
버스는 출발한다.

6시 40분,
검룡소 버스정류장에 내리며
기사님께
“고맙습니다.”
인사를 건넨다.

그때까지
버스 안에는
기사님과 나,
단둘뿐이었다.

버스는 떠나고
나는 완전히 혼자가 된다.


나는
검룡소로 향하는
눈 내린 숲길을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눈길은
사람 한 명 지날 만큼만
치워져 있다.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자국은
‘보드득’
눈 위에 소리를 새긴다.

숲길 옆 계곡물은
‘졸졸졸’
잔잔한 리듬을 맞추며
나그네를 어루만진다.



숲길 끝에서
마침내 검룡소를 만난다.

태백의 산속에서
한강의 첫 숨결이
조용히 솟아나고 있었다.

명승 태백 검룡소(太白 儉龍沼)는
514km 길이의 한강 물줄기가
처음 시작되는 곳이다.



검룡소는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 아래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검룡소는
석회암반을 뚫고
하루 약 2천 톤의 지하수가 솟아나는
냉천(冷泉)이다.

사계절 내내
약 9℃의 수온을 유지하며
20m가 넘는 계단식 폭포를 이룬다.

오랜 세월 흐른 물줄기로
깊이 1~1.5m, 폭 1~2m로 암반이 파여
그 사이로 물이 흐르는데
마치 용이 몸을 틀며 오르는 모습처럼 보인다.

이렇게 솟아난 물은
정선군과
영월군을 지나
경기도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한 뒤
서해로 흘러간다.

검룡소는
비가 오지 않는 시기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힘차게 솟아난다.

그래서 이곳은
민족의 젖줄
한강의 생명 근원지로 여겨진다.

매년 8월이면
이곳에서
한강발원제가 열린다.

한강은 이렇게
조용한 산속에서
첫 숨을 쉬고 있었다.

올 때와 반대 방향으로
발자국을 하나하나 남기며
천천히 발걸음을 돌린다.

다음에 올 사람에게
안심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나는 태백을 좋아한다.
대부분 기차를 타고 찾는다.

태백역 안에 걸린
우현(宇玄) 김민정(金珉廷) 시조시인의
시 '철로변인생 영동선의 긴 봄날1'을 읽으며
여행을 마무리한다.

"무심히 피었다 지는 풀꽃보다 더 무심히
모두가 떠나버린 영동선 철로변에
당신은
당신의 자리
홀로 지켜 왔습니다


(중략)


세월이 좀 더 가면 당신이 계신 자리
우리들의 자리도 그 자리가 아닐까요
열차가
사람만 바꿔 태워
같은 길을 달리듯이"

 

당분간 남쪽의 꽃 소식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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