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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남의 흔적은 비움으로 드러난다
청주 실내 포장마차에서 오랜만에 메추리구이를 맛봤다. 3마리에 만 원이다.여사장님이 가스불에 노릇하게 구웠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췄다.가느다란 뼈 위로 메추리 다리 살이 토실토실하게 붙어 있다.뼈를 붙잡고 다리 살을 뜯는다. 살덩이가 어금니에 맞서지 않을 정도로 졸깃하고 차지게 씹힌다.어린 닭 다리 살처럼 하물하물하지 않다. 질기지 않은 토종닭의 쫄깃함에 가까운 식감이다.소주 한잔 입속에 털어내고 다시 다리뼈를 잡고 뜯는다.담백한 살코기에 여리게 감칠맛이 포개진다. 작지만 고기를 뜯어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손과 어금니가 바빠진다. 접시에는 살코기가 발라진 뼈만 덩그러니 남는다. 맛깔남의 흔적은 비움으로 드러난다.이 밤의 끝을 메추리 다리 살을 잡고 뜯는다. 소주를 홀맺는 안주다.
2025.12.06 -
중국집 볶음밥의 정석
청주시 오송읍 오복식당에 가면 제대로 만든 중국집 볶음밥을 맛볼 수 있다. 11시 조금 넘어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다. 첫 손님이다. 주인 할아버님은 주방에 계시고 주인 할머님과 아들분은 식당 난롯가에 앉아 계신다.자리에 앉기 전에 물을 갖다주러 아들분이 다가온다. 주문을 받기 전에 "볶음밥이요." 먼저 말한다. 작정하고 갔기 때문이다. 주문은 주방으로 전달되고 주인 할아버님은 웍을 달구고 기름을 두른다. 할머님도 일을 돕기 위해 주방으로 향한다. 열린 주방으로 볶음밥 조리과정을 눈으로 보고 듣는다. 주인 할아버님은 왼손으로 웍을 잡고 오른손엔 국자를 들고 식은 밥과 식재료를 누르며 볶는다. 웍을 덜컥거리며 골고루 익힌다. 중간중간 불꽃이 높게 오른다. 완성된 볶음밥은 하얀 타원형 접시 왼쪽에 담고 완숙 ..
2025.12.04 -
까치밥
"까치밥"한 개 남은 사과를따 먹을뻔했다사람보다 새가 먼저다송수권 시인이 쓰지 않았던가그것은 공중을 오가는 날짐승에게 길을 내주는따뜻한 등불이기에
2025.12.03 -
천연기념물 이천 신대리 백송
가을과 겨울 사이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새는 나직이 지저귄다.230살 희끗한 백송 어르신은푸른 솔잎 틈에진갈색 겨울눈을 돋아낸다.인적 드문 야산에 꼿꼿이 서나그네를 맞고 보낸다.
2025.12.02 -
가을 단풍의 추억
"가을 단풍의 추억"한해 마지막 달이 시작된다. 삼색 단풍잎 사진을 보며 가을 추억속으로 빠져든다.단풍나무는 단풍나무속 낙엽교목을 가리킨다.단풍이 드는 것은 식물이 광합성을 못하면서 엽록소가 파괴되고 그 안에 있는 색소에 의해 다양한 색상을 낸다. 안토시아닌은 잎을 빨갛게, 카로티노이드(카로틴, 크산토필)는 노랗게 물들인다.강원도 강릉 대관령옛길 하산하며 본 삼색 단풍잎이다. 나무 그루터기 위에 누군가 색깔별로 주운 단풍잎을 올려 놓은듯하다. 죽기 전까지 해마다 가을이면 아름다운 단풍잎을 만들었을 고사목의 검은 나이테와 삼색 단풍이 잘 어우러진다.가을 단풍의 추억은 수채화와 수묵화 사이에 그윽하게 남는다.
2025.12.01 -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흩어지고포개지며스며든다가을 가고겨울 오듯스쳐간다
2025.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