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먹거리/토렴(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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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일 수 없는 진심은 시간을 넘어 이어진다.
산양식당은 경남 통영시 중앙동 강구안 골목길에 있는 한식 식당이다. 70년이 넘게 영업한 오래된 가게이다. 창업주 시어머니와 시인이자 수필가인 여사장님 뒤를 이어 큰딸이 3대째 대를 잇고 있다. 오래된 현지 단골뿐 아니라 방송에도 알려져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다. 지도 앱을 보며 어렵지 않게 산양식당 앞에 다다른다. 출입문 오른쪽 ‘시인과 곰탕'이라는 부제를 단 산양식당 설명을 읽는다. "강구안 골목은 30, 40년 이하는 명함도 못 내미는 오래된 가게들이 자랑입니다. 개업한 지 3대째, 70년 가까이 되는 산양식당입니다. 곰탕과 통영비빔밥이 주제입니다. 뽀얀 사골국물과 잘 익은 깍두기가 어우러진 곰탕의 제 맛을 오랜 세월동안 증명해왔습니다.” 설명대로 소머리곰탕과 통영비빔밥이 대표 음식이다. 수육, ..
2025.02.17 -
대를 잇는 빨간 맛엔 인정이 철철 넘친다?
명화식육식당은 광주 평동저수지에서 가까운 명화동 보건진료소 옆에 있다. 1969년 시작해 3대째 이어오는 식당이다. 직접 기른 돼지로 식육점을 운영하며 팔기도 했지만, 현재는 애호박옛날국밥만 맛볼 수 있다. 애호박 국밥 가격은 2017년 8,000원 이후 10,000원을 거쳐 2025년 1월 27일부터 1,000원 인상하여 11,000원에 판매한다. 영업시간은 10:00 시~21:00 시이며 일요일은 정기 휴무이다. 명화식육식당은 광주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식당이지만 평일, 주말 상관없이 대기 번호를 받아 기다려야 할 만큼 전국적으로 알려진 식당이다. 2017년 12월 광주광역시를 대표할 만한 깊고 독특한 맛을 갖춘 ‘게미맛집’ 5곳에도 선정되었다. 광주송정역에서 나주 터미널행 601번 시내버스를 ..
2025.02.10 -
흑백요리사들의 회식 장소엔 해장국이 있다?
용문해장국은 서울 효창공원앞역 3번 출구로 나와 용문시장 가는 길 왼쪽에 있다. 1965년 개업하여 대를 이어가는 해장국 노포다. 창성옥, 한성옥(2023년 7월 사장님 건강상의 이유로 폐업) 등과 함께 용문동 3대 해장국집으로 손꼽는 식당이다. 예전에는 해장국 한 가지로 새벽 2시에 문을 열어 오후 2시까지 영업을 하였다. 코로나19 이후 현재는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영업한다. 오전반은 영업시간(05:00~14:00)이 변경되고 메뉴는 해장국 하나 달랑이다. 해장국은 취향에 따라 우거지와 고기의 양, 선지의 유무 등을 주문할 때 요청할 수 있다. 해장국에 곁들여 나오는 깍두기가 일품이다. 오전반은 둘째, 넷째 주 월요일 쉰다. 오후반은 17:00~23:00까지 영업하며 소뼈전골, 매운뼈찜, 모듬수육, ..
2025.02.03 -
잘 익은 푸성귀의 마지막 헌신
도종환 시인의 ‘시래기’(해인으로 가는 길, 2006년 발표)란 시다.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아직 씨앗인 몸을 푸른 싹으로 바꾼 것도 저들이고가장 바깥에 서서 흙먼지 폭우를 견디며몸을 열 배 스무 배로 키운 것도 저들이다더 깨끗하고 고운 잎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가장 오래 세찬 바람맞으며 하루하루 낡아간 것도저들이고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꾸기 위해서리에 젖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제일 먼저 버림받은 우거지가 한겨울 추위와 바람, 눈과 서리..
2025.01.20 -
청주 해장국의 터줏대감
청주가 해장국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해방 전부터 성황을 이룬 남주동 부근의 우시장 때문이었다. 청주 우시장은 수원, 의성과 더불어 전국 3대 우시장으로 손꼽힐 만큼 규모가 컸다. 남주동 일대의 우시장이 열리자, 소의 부속물들을 재료로 하는 해장국집들이 하나둘 들어서게 되면서 번성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번진 해장국은 남주동해장국이란 이름으로 알려지게 됐다. 인근의 ‘서문해장국' 등으로 확장하면서 해장국이 청주를 대표하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청주 모충대교를 건너면 남주동 소공원이 나온다. 옛 우시장 터다. 남주동 우시장 터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다. 청주 3.1 만세운동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남주동 소공원에는 5개의 비석과 '청주 3·1 만세 운동의 자리'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표지..
2025.01.13 -
어쩌면 당신은 꽃밥을 닮았네요?
천황식당은 진주중앙유등시장 가까이 있는 노포다. 1915년부터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4대째 대를 이어 진주비빔밥을 계승해 오고 있다. 선짓국을 곁들여 먹는 진주비빔밥이 대표 음식이다. 석쇠불고기, 육회, 선지해장국(오전 6시부터 오전 9시까지 판매한다), 콩나물국밥도 맛볼 수 있다. 영업시간은 06:00~21:00(마지막 주문 20:00)이며 연중무휴다. 진주중앙유등시장을 구경하며 골목을 지나 천황식당 앞에 다다른다. 진주 여행하며 몇 차례 와 어렵지 않게 찾았다. 식당 입구엔 자동차 한 대가 서 있다. 현대자동차 포니 픽업이다. 예스러운 식당 건물과 어우러져 옛날 감성을 물씬 풍긴다. 식당 건물은 한국전쟁 때 폭격으로 무너져 새로 지은 뒤 현재까지 보존하며 사용 중이다. 오래된 목조 와가로 온돌과 ..
2025.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