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3. 31. 04:52ㆍ구석구석 먹거리/토렴
옥천초량식당은 옥천시장 가까이 있다. 1942년 개업하여 2대째 대를 잇는 순대 전문점이다.
순대 메뉴를 주문하면 돼지뼈로 우려낸 육수에 토렴한 다양한 돼지 내장과 피순대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순대국밥, 돼지국밥, 막창국밥, 오소리국밥, 내장전골 등도 판매한다.
영업시간은 07:00시~22:00시이다. 첫째, 셋째 주 월요일 휴무이다. 휴무일이 장날(5, 10일)이면 다음날인 화요일에 쉰다.
2017년 옥천 여행 후 저녁 시간에 찾았다. 식당 창문 상호 아래 '원조(元祖) 2대째 순대 가업계승'이란 글씨가 눈에 쏙 들어왔다. 오래된 가게의 문구에 설레며 출입문을 열고 들어섰다.
식당 안에는 지역분들로 보이는 손님들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었다. 순댓국과 순대 안주에 한잔하시고 계셨다. 식탁 건너로 느긋하고 정겨운 충청도 말이 들려오고 순댓국 내음이 구수하게 코를 파고들었다.
빈자리에 홀로 앉아 순대 소와 옥천막걸리를 주문했다.

식당 입구 쪽 양은솥에는 다양한 돼지 내장과 피순대가 육수에 삶아지고 있다. 여사장님이 체에 미리 삶아둔 돼지 내장 등속을 붓는다. 몇 차례 체를 돼지뼈로 우려내 따뜻한 육수에 담갔다 뺏다 한다. 토렴이다.

잠시 후 순대 소와 막걸리 한상이 식탁에 차려진다.
꽃그림이 그려진 하얀 접시 위에는 토렴한 돼지 내장과 피순대가 쏙소그레하게 담겨 있다. 뚝배기에 국물도 담아낸다. 맑은 육수를 붓고 썬 대파 고명을 얹은 순대 국물이다. 깍두기, 무장아찌, 김치, 새우젓, 소금 등 밑반찬도 곁들여 내준다.
종일 걸으며 허기도 지고 갈증도 난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앞에 군침이 돌지만 어금니로 꾹 눌러 참고 막걸리 한 사발을 쭉 들이켠다.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속을 어른다.
막걸리 한 사발을 더 따르고 반만 마신다. 회가 동한다.
피순대는 깨끗이 손질한 돼지 창자에 선지, 당면 두부, 채소 등을 넣어 속을 꽉 채워 만든다고 한다. 당면이 해끔해끔 박혀있지만 흐물흐물한 당면 순대가 아니다. 선지가 대부분인 전라도 피순대와도 결이 다르다. 선지에 두부, 채소 등이 섞인 실팍하고 담박한 옥천식 피순대다.
첫 젓가락질은 새우젓이다. 새우젓 두 개를 집어 피순대에 올려 입에 넣고 씹는다. 돼지 창자의 졸깃한 식감이 먼저 어금니를 놀린다. 뒤이어 뜨끈한 육수가 자작하게 배어든 속 재료가 촉촉하고 담백하게 씹힌다. 새우젓은 감칠맛으로 맛의 균형을 잡는다. 씹을수록 어금니 사이로 육수가 흐르며 고소하게 입안을 감친다.
피순대 한 점 더 씹고 반 남은 막걸리를 마저 마신다. 다음 젓가락질은 오소리감투, 염통, 돼지 귀, 곱창 등 다양한 돼지 내장 사이에서 머뭇거린다.
젓가락을 놓고 뚝배기 속 국물로 눈을 돌린다. 숟가락을 집어 들어 크게 한술 떠먹는다. 국물이 맑다. 간은 약하지만, 맛은 나무랄 데 없다. 몇 술 더 먹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담음새는 유지되고 맛은 조화를 이룬다. 말끔하고 개운하다. 찬으로 나온 무장아찌를 넣어 섞은 후 다시 맛본다. 사각시각 씹히는 식감 뒤로 짭짤한 발효의 맛이 혹시 있을 잡내를 잡아준다. 국물은 요청하면 더 내준다.
막걸리 한 잔을 들이켜고 돼지 내장으로 다시 눈을 돌린다. 망설였던 젓가락질은 술기운이 돌며 서슴없어진다. 돼지 내장 특유의 냄새는 신선한 재료와 주인장의 솜씨, 토렴 조리법으로 갈무리했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에 토렴한 돼지 내장은 따뜻하고 촉촉하다. 오소리감투는 잘박잘박, 암뽕(암퇘지 자궁)은 사근사근, 곱창은 졸깃하다. 돼지 귀 연골은 꼬독꼬독하고 염통은 팍신하다. 돼지 내장은 어금니에 맞선 질감을 다양한 소리로 바꿔 청각을 자극한다. 맛은 새우젓과 소금이 보탠다. 돼지 내장에 무장아찌, 김치, 깍두기 등 밑반찬도 곁들여 먹는다.
맛, 양, 식감 모두 푸짐하다. 한 점 한 점 믿음직하다. 살갑고 친근한 서민의 안줏거리다. 젓가락질은 바빠지고 막걸리 통은 남김없이 비워진다. 어금니에 군침이 그윽하게 돈다. “옥천막걸리 한 병 더 주세요.” 순대 소를 담은 하얀 접시 바닥에 꽃 그림이 환하게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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