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2. 25. 07:02ㆍ구석구석 맛집기행
[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찬을 걱정하는 어머니 마음처럼….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22_충북_청주_설날 두레 밥상(2026년)]
설날은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말로 정월 초하룻날이다.
예전 설날 차례를 지낼 땐 동네 친척분들 차례상엔 떡국이 올려졌고 마지막으로 차례를 지냈던 우리 집은 떡국 대신 밥과 탕국을 준비했다.
그런 연유로 지금도 밥과 탕국이 설날 음식인 떡국을 대신한다.
둥근 상에 앉는 순간 가족은 다시 식구가 된다.
2026년 설날 아침 밥상이다.
평소 서로 떨어진 가족은 각자의 집 의자에 앉아 네모난 식탁에서 식사한다.
하지만 설날만은 다르다. 가족이 둥근 상에 둘러앉아 같은 방향으로 숟가락을 든다.
자리마다 갓 지은 따뜻한 밥 한 공기, 말간 탕국 한 그릇.
한식 상의 기본, 국(羹)과 밥(飯)이다.
차례를 지내지 않으니 예전보다 많이 간소해졌지만 세찬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올해는 어머님이 무릎 수술을 하셔 움직임이 불편하시다. 설 음식은 더 줄었다.
설 전날 어머니 말씀에 따라 등갈비를 재워두고 탕국을 미리 끓여 두었다.
설날 아침, 제수씨는 압력솥에 등갈비찜을 올리고 탕국에 두부를 넣어 소금으로 간을 맞춰 마무리한다.
전은 여조카와 함께 집에서 부쳐 왔다.
정일근 시인의 시 「둥근, 어머니의 두레 밥상」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 밥상이 그립다.
…어머니의 두레 밥상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 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 먹고 싶다.”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 자리. 부모님과 가족이 함께 사랑 두레를 먹는다.
둥근 두레 밥상에서 가족은 비로소 식구가 된다.

집 안이 한 번 더 북적인다.
아침에 남동생네 가족이 왔고, 점심무렵 여동생네 가족이 차례를 지내고 도착한다.
여동생은 물김치와 전, 과일을 한가득 들고 들어오고 만두소와 만두피도 준비해왔다.
여럿이 둘러앉아 손에 밀가루를 묻혀가며 만두를 빚는다.
미리 끓인 물에 뜨거운 김이 오르면 천을 깐 찜기를 올려 만두를 찐다.



2026년 설날 점심 밥상이 차려진다.
아침처럼 가족이 둥근 상에 둘러앉는다.
아버지 자리 앞에만 따뜻한 밥 한 공기와 탕국 한 그릇이 놓인다.
다른 가족들은 “아직 배불러.” 하며 밥과 국 대신 막 쪄낸 만두와 음식들을 먹는다.
모든 식구가 모였다.
설날 둥근 두레 밥상은 가족을 모으는 자리다.
가족이 모여 설날 둥근 두레 밥상을 나누며 비로소 식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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