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13. 15:03ㆍ구석구석 맛집기행
나그네는 구례 여행 일정을 짤 때면
되도록 금요일이 끼게 맞추려 한다.

2021년 3월 셋째 주,
구례 읍내에서 맛본 순대국밥 한 그릇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구례 읍내 백연교 근처의 한우식당은
현지 사람들에게 ‘금요순대’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금요일에만 문을 여는
구례 순대국밥 맛집이다.
몇 해가 흐른 뒤,
구례와 서울을 오가며 지낼 집을 구했다는
친구의 연락이 왔다.
나그네는 다시 3박 4일 구례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음식도
역시 그 순대국밥이었다.
당연히 금요일이 끼는 일정으로 내려갔다.
금요일에만 문을 여는 구례 금요순대
상호는 한우식당이지만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이곳을 금요순대라 부른다.
일주일에 단 하루,
금요일만 영업한다.
메뉴도 단출하다.
순대와 순대국밥 두 가지뿐이다.
아침 9시에 문을 열고
준비한 순대가 떨어지면 그대로 영업을 마친다.
일주일을 기다린 손님들이
식당 안을 채우고,
포장 손님들도 줄지어 드나든다.
방송을 타며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가마솥 앞에서 삶아지는 대창 피순대
나그네는 아침 8시가 되기 전
친구 집 근처 골목을 걷다가
걸음을 멈춘다.
출입문 앞 가마솥에서
분홍빛 대창순대를 삶고 있다.

이모님은 가느다란 꼬챙이로
순대를 콕콕 찌른다.

삶는 동안 순대가 터지지 않게 하는 손놀림이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 정성이
순대 한 줄에 고스란히 스며든다.
분홍빛 순대는
서서히 옅은 갈색으로 익어 간다.
마치 자신을 삶아 낸
가마솥의 색을 닮아 가는 듯하다.

삶아낸 순대는
찬물에 담겨 천천히 식는다.
순대 익는 냄새를 뒤로하고
나그네는 구례 읍내를 한 바퀴 걷는다.
돼지 백화점 같은 순대국밥 한 그릇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들어가
순대국밥 한 그릇을 주문한다.
뚝배기 안에는
대창 피순대를 비롯해
허파, 돈설, 돼지 귀, 새끼보, 간, 곱창, 머릿고기까지
돼지의 여러 부위가 가득 담긴다.
한 그릇 안에
다양한 식감과 맛이 빼곡하다.
그야말로
‘돼지 백화점’ 같은 국밥이다.

깍두기와 김치, 무생채, 마늘장아찌까지
곁들임 반찬도 허투루 낸 것이 없다.
맑고 담백해 보이는 국물을 먼저 떠먹는다.
처음에는 심심한 듯하다가
국물을 잘 섞는 순간
바닥에 깔린 양념과 후추, 다진 마늘의 감칠맛이
천천히 올라온다.

곱이 찬 곱창은 고소하고,
허파와 돈설은 폭신하다.
머릿고기는
살코기와 비계가 적당히 어우러져
살강살강 씹힌다.
돼지 귀는 오도독거리고,
새끼보와 내장은 졸깃하다.
부위마다 식감과 풍미가 달라
수저질이 바빠진다.
육수가 스며든 대창 피순대
순대국밥의 중심인
대창 피순대를 맛본다.
대창 안에는
선지와 콩나물, 당근, 파 등 채소가
빈틈없이 들어 있다.
삶을 때 꼬챙이로 냈던 작은 구멍 사이로
육수가 배어들어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다.
약하게 간한 통통한 새우젓을 올려 먹으면
담백한 피순대에 감칠맛이 깊어진다.

뜨끈한 국물과
푸짐한 건더기,
그리고 큼직한 피순대 덕분에
속이 든든해진다.
어떤 여행은 국밥으로 기억된다
나그네는 이제
금요일에 구례를 지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집을 떠올린다.
어떤 여행은 풍경으로 기억되고,
어떤 여행은 한 그릇의 순대국밥으로 남는다.
구례의 음식 흐름과 식당 이야기들은 구례 맛집 허브에서 함께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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