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대폿집 4_연탄불 새꼬막찜과 막걸리 한 사발, 구례 가야식당

2026. 7. 7. 13:18구석구석 맛집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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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가야식당 외관

구례 오일시장 끝자락, 시간이 머무는 대폿집


구례 오일시장 끝자락에는 오랫동안 시장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고 술잔을 채워온 식당이 있다. 지금은 새 건물로 바뀌었지만, 그곳에서 보낸 겨울밤의 기억만큼은 여전히 따뜻하다.

나그네가 처음 가야식당을 찾은 것은 겨울이었다.

당시 식당은 허름한 단층 건물이었다. 출입문 위에는 빛이 바랜 '가야식당' 간판이 걸려 있었고, 문에는 '장어탕', '해장국 전문', '안주일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타일 바닥 위에 작은 식탁 몇 개가 놓여 있었고, 한가운데에는 연탄난로가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인상 좋은 여사장님은 빨간 겨울 점퍼를 입고 손님을 맞고 계셨다. 당시 예순여섯 살이었던 사장님은 16년 넘게 식당을 운영했고, 다리 통증으로 잠시 쉬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자가 건물이라 소일 삼아 장날이면 단골손님들과 함께 식당을 지킨다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구례 가야식당 내부와 연탄난로

연탄불에서 익어가던 겨울 새꼬막


새꼬막과  쌀막걸리를 주문했다.

먼저 막걸리와 함께 밑반찬이 차려졌다. 군내 없이 시원한 묵은지, 당근·호박·어묵·버섯을 볶아낸 반찬, 그리고 따뜻한 시래기국이 한 상을 채웠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무청 시래기와 배추 우거지를 넣어 끓인 시래기국은 구수하면서도 담백했다. 추위에 언 몸과 허기를 먼저 달래기에 충분했다.

구례 가야식당 밑반찬과 시래기국


그 사이 사장님은 고흥산 새꼬막을 은박지에 곱게 싸서 석쇠 위에 올리고 연탄불에서 천천히 쪄냈다.

잠시 뒤 은박지를 펼치자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바다 향이 퍼졌다.

구례 가야식당 은박지에 담아 연탄불에 굽기 전 새꼬막/구례 가야식당 연탄불에 굽는 새꼬막

막걸리 한 사발에 담긴 시장의 인심


꼬막 껍질을 하나씩 까 입에 넣었다. 겨울을 맞아 통통하게 오른 속살은 졸깃했고, 짭조름한 감칠맛 뒤로 은은한 단맛이 이어졌다. 양념장을 찍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간이 알맞았다.

막걸리 한 모금을 곁들이니 따뜻한 꼬막과 차가운 술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하나를 까 먹으면 또 하나를 집게 되고, 어느새 빈 꼬막 껍질이 그릇 가득 쌓였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려 하자 사장님은 "안주도 드셨잖아요."라며 막걸리 값을 2천 원만 받으셨다. 가격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것은 시장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이었다.

2020년 구례 수해 이후 식당은 새 건물로 다시 태어났다. 허름했던 대폿집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나그네에게 가야식당은 새꼬막찜 맛만 기억나는 곳이 아니다. 겨울밤 연탄불의 온기, 은박지에서 피어오르던 김, 그리고 막걸리 한 사발에 담긴 시장의 인심이 함께 남아 있는 곳이다.

구례 가야식당 겨울철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꼬막찜

구례의 오래된 길과 사람의 이야기는 구례 맛집 허브에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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