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6. 8. 15:01ㆍ구석구석 맛집기행

구례 오산 사성암 아래에는 오래도록 길손들의 배를 채워온 작은 두부집이 있다.
사성암 셔틀버스 매표소 가까이 자리한 60년전통손두부다.
처음의 기억

나그네는 2016년, 사성암 답사를 마치고 처음 이 집 문을 열었다.
주인 할머님이 직접 만들었다는 손두부와 산수유 막걸리를 주문했다.

희고 담백한 손두부는 부드러운 듯 탱글탱글했고, 씹을수록 고소함이 천천히 퍼졌다.
묵은 김치는 시큼했고, 오이·고추·머위대 장아찌는 새콤하고 매콤했다.
삭힘의 풍미가 두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할머님의 손맛이 오래 머문 찬들이었다.
붉은빛이 은은하게 도는 산수유 막걸리를 잔에 가득 따른다.
꿀꺽꿀꺽.
산수유와 백년초가 들어간 막걸리는 새콤하면서도 달짝했다.
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푸른 강과 들, 산의 풍경을 떠올리며 한잔을 더 비운다.
막걸리 잔과 두부, 찬을 오가는 손길이 바빠진다.
할머님은 맛보라며 김부각과 산죽나물 순 부각도 내주셨다.
바삭하게 씹히며 감칠맛과 구수함이 퍼진다. 별미였다.

나그네는 결국 산수유 막걸리 한 병을 더 비우고 구례읍내로 걸음을 옮겼다.
푸른 들 뒤로 불그스름한 노을이 넓게 번지고 있었다.
나그네 볼처럼.
오산 아래 다시 차려진 밥상

2024년 6월, 나그네는 친구와 함께 다시 죽연마을로 향했다.
오산 사성암에 오르기 전, 점심 한 끼를 위해 다시 찾은 60년전통손두부.
청국장찌개 2인분과 손두부, 그리고 예전처럼 산수유 막걸리 한 병을 주문했다.

잠시 뒤 식탁 위에 음식이 차려진다.
손두부, 청국장찌개, 공깃밥, 감자조림, 나물무침, 양념멸치볶음, 묵은 김치, 깻잎절임, 삭힌 고추지, 콩나물무침, 열무김치, 연근 샐러드까지.
수수하지만 정성이 오래 머문 밥상이다.

청국장찌개는 콩알이 듬뿍 들어가 진득하고 구뜰했다.
쿰쿰함은 지나치지 않았고, 두부와 버섯도 넉넉했다.
밑반찬들은 저마다 다른 식감과 맛으로 담백한 밥과 잘 어우러졌다.
오산 아래 남아 있던 손맛
붉은 산수유 막걸리를 친구 잔에 따른다.
그리고 내 잔에도 따른다.
짠.
시원하게 한잔 넘기고 손은 다시 손두부로 향한다.
여전히 희고 담백한 빛깔이다.
양념간장에 찍어 입에 넣는다.
그날의 풍미와 씹는맛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몇 차례 더 잔을 부딪치는 사이 밥공기와 술병은 어느새 비워진다.
할머님은 보이지 않으셨지만 오산 아래에는 오래 머문 손맛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나그네는 잘 먹었다며 미소 짓는 친구의 말에 사성암 셔틀버스 매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구례의 오래된 식당과 길 위의 음식 이야기는 구례 맛집 허브에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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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백반 2_소박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밥상, 구례 가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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