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 둘러 앉아 먹는 설날 밥상

설날은 한 해의 시작인 음력 1월 1일을 일컫는 말로 정월 초하룻날이다. 설날 차례상과 세배 손님 접대를 위해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는데 이 음식들을 통틀어 세찬(歲饌)이라고 부른다. 세찬의 대표 음식은 떡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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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설날 차례를 지낼 땐 동네 친척분들 차례상엔 떡국이 올려졌고 마지막으로 차례를 지냈던 우리 집은 떡국 대신 밥과 탕국을 준비했다. 그런 연유로 지금도 밥과 탕국이 설날 음식인 떡국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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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네 가족과 설날 아침을 함께 한다. 명절에 차례를 지내지않아 예전보다 많이 간소화됐지만 세찬의 흔적은 여전히 밥상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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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들 앉은 자리마다 갓 지은 따뜻한 밥과 말간 탕국이 한 그릇씩 놓인다. 한식 상과 차례상의 기본인 국(羹)과 밥(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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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밥상엔 여동생네 가족도 함께했다. 갈비찜과 잡채가 더해졌다. 설날 식구가 둘러 앉아 먹은 흐뭇한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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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설날 새벽에 일어나 끓이신 여릿한 갈색빛의 맑은 기름이 감도는 탕국을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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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은 시원하면서도 달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조선간장의 웅숭깊은 짠맛은 담백함을 해하지 않으며 간도 맞추고 풍미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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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두부는 담백한 맛을, 노지에서 키워 땅속에 저장해둔 단단한 겨울 무는 시원함과 단맛을, 특유의 육향과 부드러운 듯 졸깃한 식감의 소고기는 은은한 감칠맛을 서로 다투지 않고 맘껏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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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무, 두부란 바탕흙에 조선간장과 참기름의 유약이 발라지며 한데 어우러진다. 백자를 닮은 듯 깨끗하고 담박한 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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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지은 하얀 쌀밥을 탕국에 말아 먹는다. 술술 넘어간다. 밥 한 톨 남지 않은 국 그릇에 빨간 꽃만이 남는다. 어머님의 사랑과 정성이 붉게 마음에 각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