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애기업개당 전설

2021. 2. 21. 09:33바롱이의 쪽지/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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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애기업개당 전설]

먼 옛날, 마라도가 무인도였던 시절에 모슬포에 사는 이씨 부인이 물을 길러 가다가 아기 울음소리를 듣게 된다. 울음소리를 따라가보니 100일이 채 안 된 여자아기가 울고 있었다. 원님을 찾아가 부모를 찾아주려고 했지만 찾지 못하자 이씨 부인이 딸처럼 키우게 된다. 세월이 흘러 아기가 자라 8살이 되던 해에 이씨 부인이 첫아이를 낳자, 여자아이는 아기업개가 된다.

무인도 마라도는 어류와 해산물이 풍부했지만, 그것을 잡으면 바다의 신이 노해서 거친 바람으로 화를 입힌다고 여겨서 사람들은 마라도 접근을 꺼려 했다. 금단의 땅 금섬 이지만 매년 봄, 망종이 되면 보름 동안 마라도에 건너가는 것이 허락되었다.

어느 해 봄 이씨부부의 테우를 타고 마라도로 갈 때 아기와 아기업개도 동행했다. 날씨가 좋아서 며칠 물질에 전복, 소라 등을 많이 잡았다. 이씨 부부와 해녀들이 섬을 떠나려 하자 갑자기 바람이 거세어지고 바다가 거칠어졌다.

하여 바다가 잔잔해지길 기다리며 배를 묶어 놓으면 잔잔해지고, 배를 타려 하면 다시 거칠어지길 반복했다. 며칠이 지나 준비해 온 물과 양식이 떨어지자 다음날에는 죽을 각오를 하고 떠나기로 뜻을 모은 날 밤, 선주와 부인의 꿈에 누가 나타나서 "애기업개를 두고 가야 한다. 데리고 가면 모두 물에 빠져 죽을 거라" 일러준다.

일행은 애기업개를 희생시키기로 하고 떠날 채비를 한다. 배에 사람들이 오르다 잔잔했던 바다가 거칠어지기 시작하자 이씨 부인이 애기업개에게 널어놓은 아기 기저귀를 걷어오라고 한다. 애기업개가 기저귀를 가지런 간 사이 배는 출발하고, 애기업개는 울부짖는다. "나도 데레가 줍서~ 제발 데려가 줍서~" 

그 일이 있고 3년 동안 사람들은 마라도 쪽으로 가지 못하다가 3년이 지난 뒤 마라도에 들어가 보니 모슬포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애기업개의 뼈만 남아 있었다.
사람들은 애기업개의 뼈를 그 자리에 묻어 장례를 치러 주고, 그 자리에 애기업개를 위한 당을 만들었다.

마라도 할망당.애기업개당에서 바라본 모슬포와 한라산 전경


"슬픈 전설을 간직한 마라도 수호신"

애기업개당(애기업개당은 처녀당, 할망당이라고도 한다. 커보지도 못하고, 늙어보지도 못하고 죽은 애기업개가 처녀가 되고 할머니가 되었다. 애기업개당에 모시는 본향신에 대한 슬픈 전설을 간직한채 마라도 해녀들의 험한 물질을 지켜주는 섬의 수호신이 된것이다. 요즘 마을사람들은 때를 따로 정해놓지 않고 정성이 부족하다 싶을 때면 이곳에서 본향신에게 제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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