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게 여름을 보낸다" 11월 초 가을볕이 따사롭다. 텃밭 가지는 꽃을 피워 작은 열매를 토해내고 추수가 끝난 논 앞 옥수숫대 위에는 벼 닮은 수꽃 이삭이 핀다. 푸른 옷을 입은 열매는 암꽃인 옥수수수염을 축 늘어뜨린다. 여름을 보내지 않은 자들에겐 가을은 성큼 오지 않는다. 가을에게 여름을 나릿나릿 보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