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

2024. 12. 8. 06:59바롱이의 쪽지/충청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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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날씨로 오는 게 아니다. 갈무리한 콩으로 메주 띄우고, 청국장을 만들면 겨울이다. 

 

부모님은 정확히 겨울을 아신다. 기다려야 하는 음식과 만드는 이의 연륜이 주는 시간의 힘. 때를 아는 힘은 본능이다. 
 
깨끗이 씻어 물에 불린 노란 메주콩을 콩대를 넣은 장작불에 삶는다. 밤에도 솥에 든 메주콩은 뭉근한 불기운을 품어가며 시나브로 익어간다. 메주와 청국장을 만들기 위한 힘든 과정의 시작이다.


"솥이 눈물을 흘리는 이유?"

콩대를 태워 콩을 익힌다. 장작불 안 콩대는 하얀 연기를 하늘로 보내며 콩을 뜨겁게 익힌다. 

 

콩은 솥뚜껑 아래 맑은 눈물을 맺은 후 뚝뚝 떨군다. 눈물은 콩대를 항해 흐른다. 콩대가 피워 올린 연기는 눈물이 깊은 속으로 내려가게 만든다. 서로 보이지 않지만 한 몸이었음을 아는 숙명의 눈물이다.


"솥의 눈물"


솥뚜껑을 연다. 하얀 김에 구수함이 묻어 올라온다. 노란 메주콩 중간에 진갈색이 눈에 띈다. 언뜻 한자 일심(一心)이 떠올랐다. 나중에 어머니께 여쭤보니 집된장이었다. 어머니는 콩을 삶기 시작할 때 집된장을 넣으면 거품이 잔거품으로 바뀌어서 끓어 넘치지 않는다고 한다.

메주콩 몇 알을 맛본다. 어금니에 나근나근 씹힌다. 달금하고 구뜰하다.


가을철 수확한 메주콩을 씻어 불린 후 물을 넣고 삶아 으깨고 발로 밟는다. 메줏말로 네모나게 성형 후 볏짚 위에 얹어 말린다. 뜨거움을 참고 메주를 만드는 아버지의 손길에 정성이 듬뿍 담긴다. 우리 집 장맛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손맛이 함께 어우러져 나온다.


"메주 만들기"


볏짚을 깔고 서로 붙지 않게 담고  덮어서 따뜻한 곳에 두어 띄운다연한 갈색에서 진한 갈색으로 변하고 하얀 곰팡이가 표면에 생겼다. 메주를 볏짚에 묶고 망에 담아 매달아 띄운다.

 

표면을 꾸덕꾸덕하게 말린 메주를 꺼내 햇볕에 말린다. 잘 말린 메주는 봄에 장을 담그는 원료로 쓴다.


삶은 콩을 띄운 후 천일염, 고춧가루 등을 섞어 절구로 찧는다. 청국장이다. 지퍼백에 소분하거나 냉장해 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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