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은 묵직함으로 마음에 저장된다

2024. 12. 30. 05:14구석구석 먹거리/토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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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식당은 거제 고현종합시장 안에 있는 국밥 전문점이다. 거제 주민들이 즐겨 찾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내장국밥, 순대국밥, 섞어국밥, 내장국, 순댓국, 섞어국을 판매한다. 특이하게 초등학생까지만 먹을  있는 어린이 국밥과 5세까지만 주문할  있는 애기국밥이 메뉴로 있다. 매주 화요일, 매달 셋째주 일요일은 쉰다.


자리에 앉아 보리차 한잔을 마시며 메뉴판을 살펴본다. 섞어국밥(내장+순대)을 주문한다. 소주는 1인 1병만 판매한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원산지 표시판을 보니 국밥에 사용하는 사골, 돼지 내장, 순대 및 쌀, 깍두기용 무, 고춧가루 등 모두 국내산 식재료를 쓴다. 국밥 맛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다.

 

잠시 후 뚝배기에 담은 섞어국밥과 신맛 덜한 깍두기, 짠맛 덜한 새우젓, 다진양념, 청양고추, 양파 등 단출한 밑반찬을 내준다.

 

섞어국밥은 갈색빛 뚝배기에 밥을 담고 정성껏 우려낸 돼지 사골 육수로  차례 토렴한다. 검붉은 당면순대, 연갈색 돼지 내장, 푸른 대파와 깻잎을 얹고 옅은 우윳빛이 도는 국물을 찰랑거리게 붓는다. 수북이 쌓인 건더기의 푸짐함과 다양한 색감이 눈맛을 자극한다. 

 

숟가락으로 건더기를 밀치고 맑은 국물만 한술 떠먹는다. 돼지 사골로 우려낸 국물이 다사롭고 구수하다. 몇 술 국물만 더 맛본다. 삼삼하고 깔끔한 감칠맛이 은은하게 입안을 감친다.

 

숟가락으로 뒤섞고 뚝배기 깊숙이 넣어 건더기와 밥을 푹 떠먹는다. 따뜻한 육수가 스며든 토렴한 쌀밥은 알알이 보드랍게 씹힌다. 씹을수록 여린 단맛이 그윽하다. 데이지 않을 정도의 온도는 토렴의 선물이다.

 

돼지 내장은 밥알 사이에서 고소한 맛으로 얼맞게 씹힌다. 담백한 당면순대는 쫀득하게, 대파는 아릿하고 깻잎은 특유의 향과 쌉싸름한 맛으로 풍미를 보탠다. 


다진 양념과 새우젓, 깍두기 국물을 풀어 고루 섞는다. 붉은 다진 양념이 풀어지며 뽀얀 국물이 발갛게 변한다. 크게 한술 떠먹는다. 담백한 국물에 감칠맛, 짜지 않은 매운맛, 신맛등이 더해진다. 다양한 맛으로 입안이 풍성해진다.

 

고개를 파묻은 숟가락질은 반복된다. 밥알은 스르르 넘어가고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훌훌 마셔버린다.

 

푸짐한 건더기와 밥, 따뜻한 국물은 빈속을 든든히 채워 준다. 속풀이 해장국으로도 그만이다. 국밥 한 그릇에 몸과 마음이 기껍다. 비움은 묵직함으로 마음에 저장된다.

 

고개를 들어 나무 현판에 쓰인 천객만래(千客萬來글을 본다많은 손님이 출입문을 들고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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