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해장국의 터줏대감

2025. 1. 13. 05:59구석구석 먹거리/토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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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가 해장국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것은 해방 전부터 성황을 이룬 남주동 부근의 우시장 때문이었다. 청주 우시장은 수원, 의성과 더불어 전국 3대 우시장으로 손꼽힐 만큼 규모가 컸다.

 

남주동 일대의 우시장이 열리자, 소의 부속물들을 재료로 하는 해장국집들이 하나둘 들어서게 되면서 번성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번진 해장국은 남주동해장국이란 이름으로 알려지게 됐다. 인근의 ‘서문해장국' 등으로 확장하면서 해장국이 청주를 대표하는 서민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청주 모충대교를 건너면 남주동 소공원이 나온다. 옛 우시장 터다. 남주동 우시장 터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다. 청주 3.1 만세운동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다. 남주동 소공원에는 5개의 비석과 '청주 3·1 만세 운동의 자리'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표지석에는 “1919년 민중들 만세 소리 드높던 옛 쇠전거리 이 자리에 시민들의 뜻을 모아 이 표지석을 세운다”고 적혀 있다.


남주동해장국은 ​청주 무심천변 남주동에 자리한다. 청주가 해장국으로 이름을 얻기시작한 건 해방 전부터 남주동 부근의 우시장에서 거래된 소의 부속물들을 사용한 해장국집들이 성행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 시절 해장국집들은 하나둘 사라졌다. 모두가 떠난 그 자리를 홀로 지키는 해장국집이 있다. 1943년 개업하여 80여 년 넘게 한자리에서 영업 중인 ‘남주동해장국’ 집이다.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해장국 노포로 알려져 있다. 창업주 할머님 대를 이어 며느님이 운영중이며 2018년 11월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백년가게로 선정되었다. 2023년 1월에는 청주 해장국이 청주의 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다.

해장국은 사골과 소 등뼈를 푹 고아 만든 국물에 소고기, 선지, 천엽, 대파 등을 넉넉하게 넣는다. 특 해장국, 소고기 해장국, 선지해장국과 수육을 맛볼 수 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선다. 남주동해장국집에는 오래된 가게의 전퉁을 잇는 세 가지 물품이 인상적이다. 먼저 눈에 띈건 흑백사진을 담은 액자 사진이다. 빛바랜 사진 오른쪽 위 구석에 ‘1950년 청주 남주동해장국 우시장 모습’이라고 쓰여 있다.

 

액자 아래에 놓인 나무 의자에 앉는다. 특 해장국과 막걸리를 주문한다, 오래됐지만 소나무 탁자와 의자는 반지르르하다. 해방 직후 조선 소나무로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도 손님 식탁으로 쓰이고 있다. 예스러운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출입문 벽으로 눈을 돌린다. 오래돼 보이는 '소코뚜레'가 걸려 있다. 식당과 손님의 만사형통을 빌고 소코뚜레에 고삐를 매어 복이 달아나지 않게 하는 의미가 있다. 청주해장국의 역사를 대변하는 상징물이다.


출입문 옆 열린 주방 한편에선 솥단지 2개가 끓고 있다. 하나는 소뼈를 끓인 기본 육수이며 다른 하나는 비법 고추장을 더한 해장국 육수가 담겨 있다.

여사장님이 손질해 둔 뚝배기에 소고기, 선지, 소 내장을 담는다. 진갈색과 빨간색이 섞인 육수를 국자로 퍼 몇 차례 토렴한다. 썬 대파를 얹고 국물을 퍼 뚝배기에 붓는다. 투박하고 푸짐한 남주동해장국이 완성된다.

 

토렴의 조립법은 창업주 할머니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고기 특 해장국과 막걸리 한 상이 소나무 탁자에 차려진다. 상차림은 단출하다. 특 해장국에 따뜻한 하얀 쌀밥과 김치, 깍두기 등 밑반찬을 내준다. 깍두기는 새곰하고 배추김치는 싱싱하다.

 

숟가락을 들고 해장국을 훑어본다. 소고기, 내장, 선지, 대파를 넣은 해장국이다. 소뼈를 우려낸 육수에 비법 숙성 고추장을 풀어 매운맛과 감칠맛을 더한다. 검은색 뚝배기 위로 붉은 기운이 또렷하다. 진갈색 소고기, 내장, 검붉은 선지 등 건더기들이 큼지막하게 빨간 국물을 덮었다. 해장국의 건지들이 넉넉하다.

 

한술 크게 떠 맛본다. 해장국은 펄펄 끓는 정도가 아닌 뜨뜻한 국물의 온도가 알맞다. 개운하고 구수한 육수에 칼칼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보탠다. 전통과 정성이 담긴 해장국이다. 국물과 건더기를 크게 떠 입안으로 밀어 넣는다. 균형 잘 맞은 국물이 얼근하고 산듯하다. 

 

숟가락으로 날을 세워 선지를 찌른다. 숟가락을 잡은 손에 제법 저항을 주며 몸통을 허락한다. 한술 떠먹는다. 어금니에 콕 박히며 몸 안에 품은 구수하고 진한 국물을 왈칵 쏟아낸다. 뒤이어 고소하고 짙은 풍미가 혀를 감친다. 소고기와 내장은 결 따라 다른 질감과 구수함으로 어금니와 혀를 희롱한다.

 

뚝배기 속 마지막 국물까지 비운다. 선지와 국물을 요청한다. 선지와 국물을 넉넉하게 퍼 내준다. 푸짐한 인심은 대를 잇고 있다. 

 

막걸리 한잔 들이켠다. 서민들의 태평성대의 꿈은 크지 않다. 소박한 재료가 어우러져 속을 위로해 주는 해장국  그릇에 막걸리 한잔 곁들일  있으면 된다.

 

‘청주 남주동해장국’은 주인장의 조리법, 인심이 대를 잇고 서민은 해장국에 막걸리 한잔 걸치며 태평성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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