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용화사 마지막 탑돌이와 절밥

2023. 1. 2. 07:45바롱이의 쪽지/충청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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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 용화사]

대한불교조계종 제 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이다. 

1992년 국립청주박물관이 옛 절터인 이곳 용화사 부근에서 발굴한 청동반자의 명문 판독결과 고려 후기에 큰 사찰이었던 사뇌사(思惱寺)라 밝혀짐으로써 용화사가 무구한 역사의 고찰이라는 것이 확인되어졌다. 

사뇌사는 신라 말이나 고려시대 초에 창건된 대찰로 일부 학계에서는 몽고의 4차 침입 때 유물들이 매몰한 것으로 추정한다. 일설에는 삼국통일의 의지가 태동하던 선덕여왕대에 미륵불 7본존을 중심으로 70칸 규모의 사찰로 창건되어 신라 화랑들의 심신 단련과 군사들의 충성을 맹세하는 도량으로 활용되기도 하다가 이후 여러 차례의 병화(兵火)로 법당은 소실되었으며, 미륵불은 대홍수로 무심천에 묻혔다고 전해오기도 한다. 

그러나 용화사의 사적(1933년 10월에 기록한 법당 상량문)에 의하면 조선 광무 6년(1902)3월 14일 고종의 후궁인 엄비 (嚴妃)의 명에 의해 청주 지주 이희복이 창건했다. 

출처:용화사


저녁 식사 공양(2022년 마지막 날 용화사를 찿았다. 절 식사 공양을 많이 한 편인데, 저녁은 처음이다. 옥수수를 넣어 지은 쌀밥을 중심으로 색색의 식자재로 만든 밑반찬이 곱다. 김장 김치와 늙은 호박을 넣어 끓인 호박국도 색을 보탠다.

오관게 내용을 생각하며 눈을 감고 감사의 마음으로 묵념한다. 눈맛으로 먼저 음미한 후 호박국을 한술 뜬다. 시원한 첫맛 뒤로 새곰하고 여린 단맛이 오래 입안에 남는다. 건더기도 맛본다. 늙은 호박과 김장 김치는 비슷한듯 다르게 치아를 자극한다. 신맛이 들기 시작한 김장 김치와 자연스럽게 늙어간 호박이 어우러지며 담박한 깊은맛을 낸다. 시간이 만들어낸 맛은 꾸밈이 없다.

옥수수가 쫀득하게 씹히는 따뜻한 쌀밥에 밑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짭짤한 연근조림은 사근사근 씹히고 김장 김치는 제 식감을 유지한다. 콩조림은 실속있게 씹히며 미역줄기볶음과 버섯볶음은 졸깃하다. 갈빛 집간장이 하얀 살을 파고든 무조림은 보드랍게 씹히며 짠맛과 은은한 단맛이 조화롭게 입안을 감친다. 간간하고 씹을수록 맛이 깊다. 데친 얼갈이배추와 버섯도 각각의 식감과 맛을 더한다. 채 썬 무를 넣은 파래무침의 신맛이 도드라진다. 입맛을 씻기에도 적당하다.

여러 식자재를 손질해 무치고, 볶고, 졸이고, 끓이고, 발효한 음식이다. 식자재 본연의 맛을 가리지 않게 간은 최소화하였다. 식자재의 귀중함, 만든이의 정성과 솜씨가 가득한 절밥이다.)


커피(식사 공양 후 커피를 마신다. 자원봉사 하시는 여보살님이 커피머신에 내린 따뜻한 커피다. 원두커피 향이 물씬하다. 좋은 말씀을 음미하며 커피를 마신다. 쓴맛이 부처님의 얼굴처럼 그윽하게 여운을 남긴다.)


"범종루 앞 마당 장작불"

새해 타종식이 열리는 범종루 앞 마당엔 액운소멸지를 태울 장작불이 활활 타오른다. 행사에 참여한 불자분들의 추위도 함께 달래준다.


용화보전 앞 석탑엔 소원지가 걸려 있고, '용화사'란 쓰인 촛불은 탑돌이 때 불자들에게 나눠준다.


보물 청주 용화사 석조불상군이 모셔진 용화보전(삼불전) 안에는 2022년 마지막 예불이 진행중이다.

약사여래부처, 미륵부처, 석가모니부처


[유등보살]

석가모니부처 불상 뒷면에는 높이 3m가 넘는 거대한 나한상이 양각되어 눈길을 끈다. 이 나한상은 나중에 새겨진 것으로 여겨져왔으나 불상이 조성될 때 함께 새겨졌다는 주장도 있다. 나한상은 삭발머리에 원만한 얼굴이며 반달꼴 눈썹에 눈두덩은 부숭하고 눈은 반개하여 일직선이다. 콧망울 양쪽에서 입가로 주름이 깊게 패여 고행하는 수도자상으로 보이며 두 귀는 짧고 목에는 삼도가 뚜렷하다. 왼손은 배 앞에 들어 향로를 받들었고 오른손은 가슴에서 엄지만 펴고 네 손가락을 꼬부려 향로 윗부분을 감쌌다. 굵다란 옷주름은 팔굽 아래로부터 좌우대칭을 이루며 흘러내렸고, 머리에서 어깨까지는 비교적 높게 새겨졌으나 점차 낮아져서 아래쪽은 선각에 그쳤다.

출처:한국문화유산답사회


용화보전 앞 석탑 새끼줄엔 불자들이 적은 액운소멸지가 묶여 있다. 액운소멸지는 타종식 전 범종루 앞 장작불에 태운다.


2022년 마지막날 탑돌이 의식이다. 스님들 뒤로 촛불을 든 불자분들이 따른다. 용화보전과 탑을 돌며 불경을 외운다. 불자분들은 탑을 돌며 개인과 가정의 평안을 기원한다.


"마지막 탑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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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보전(삼불전) 앞 촛불을 들고 부처님께 소원을 비신다. 소원의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꼭 이루어지시길 바라본다.


떡국 공양(충청북도 제야의 종 타종 행사 후 용화사 공양간을 찾는다. 용화사 타종식이 끝난 공양간엔 스무명 남짓 불자분들이 계신다. 공양간 여 불자님이 떡국을 담고 김 가루를 뿌려 주신다. 떡국과 김치를 들고 식탁으로 향한다.

여 불자님이 담아 준 떡국을 김치와 곁들여 먹는다. 계묘년 새해 첫 먹거리로 맛보는 떡국이다.

떡국은 무, 다시마, 버섯 등으로 우린 채수에 가래떡을 어슷하게 썰어 넣고 끓인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뽀얀 떡국점 위 검은 김이 대조를 이룬다. 고명은 조미하지 않은 김 가루뿐이지만 모자람이 없다.

김 가루를 섞어 한술 크게 뜬다. 국물은 간간하고 감칠맛이 은은하다. 고기나 사골로 우려낸 육향 짙고 구수한 육수와는 결이 다르다. 콕콕 치아에 박히며 찰지게 씹히는 떡국떡은 씹을수록 단맛이 오른다. 조미하지 않은 김 가루도 담박한 맛을 해하지 않고 제 몫을 한다.

김장 김치도 곁들인다. 아직 신맛이 들지 않아 시원함과 아삭한 식감을 뽐낸다. 담백한 떡국에 풍미를 더해주기엔 그만이다.

새벽까지 음식을 만들고, 차려 내고, 뒷처리까지 하시는 많은 분들의 정성과 수고스러움에 감사드리며 먹은 새해 첫 절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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