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씩 지워지는 빛, 청주 연제리 모과꽃

2023. 4. 10. 04:59바롱이의 쪽지/충청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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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오송생명과학국가산업단지 '木瓜공원'안에는 모과나무로는 우리나라 유일의 천연기념물인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가 있다. 추정 수령 500년에 높이 12m, 가슴둘레 3m를 넘는 이 나무는 우리나라 모과나무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다운 노거수다.

 

조선 세조 초 모과울에 은거하던 류윤이 세조의 부름을 받았을 때 이 모과나무를 가리키며 쓸모없는 사람이라며 거절하자 세조가 친히 ‘무동처사’라는 어서를 하사한 유서 깊은 나무다.


4월 초순 연제리 모과나무를 찾는다. 겨울나기를 마친 500살 어르신의 몸은 여전하시다. 승천하는 용을 닮은 울퉁불퉁한 옹이와 매끈한 줄기 표면에 특유의 점박이 무늬가 생생하시다.


"조금씩 지워지는 빛, 모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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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지워지는 빛"

모과는 사람들을 네번 놀래킨다는 말이 있다. 꽃이 아름다운데 비하여 열매가 너무 못생겨서 한 번 놀라고, 못생긴 열매인데 비해 그 향기가 너무 좋아서 두 번 놀라고, 향기가 좋은 반면에 시고 떫은맛에 세 번 놀라고, 맛에 비해 다양한 효능과 쓰임새에 네 번 놀란다고 한다.

 

사람들을 네번 놀라게 한다는 모과의 꽃말은 '평범'이다. 도종환님은 '모과꽃' 이란 시에서 모과꽃은 눈에 뜨일 듯 말 듯 피고, 향기는 나는 듯 마는 듯 하며, 조금씩 지워지는 빛으로 녹색 나무사이에 섞여서 있는 듯 없는 듯 하다고 표현하며 모과꽃처럼 평범하게 살다 가길 바란다. 

 

500살 어르신은 봄을 맞아 산뜻하게 몸치장을 하셨다. 점박이 무늬 가지마다 연녹색 새순이 돋아나고, 꽃봉오리는 부풀어 오르며 새색시 볼같은 담홍색 꽃을 수줍게 피우셨다. 살그미 부는 봄바람에 연한 립스틱이 흔들리며 은은하고 달곰한 향으로 코끝을 간지럽힌다. 

 

못 생겨서, 쓸모없어서 살아남은 어르신은 묵묵히 자연의 순리대로 새순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또 한번의 못생기고 맛없는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계신다. 

 

봄철 연분홍 모과꽃은 여름 녹색 열매를 거쳐 가을 잎이 떨어지며 노란 빛깔 열매가 달렸을 때에야 비로소 빛이 난다. 노란 빛깔 모과는 눈을 자극하고 향기는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예쁨과 못생김을 되풀이하는 조용한 삶겸손한 삶, 수수한 삶, 평범한 삶은 500년 동안 고즈넉이 이어졌다.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 모과꽃"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 모과꽃"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 모과꽃"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 모과꽃"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 모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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