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엔 언제나 추억이 머문다!

2024. 10. 23. 06:33구석구석 먹거리/별식&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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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한통의 문자가 왔다.

호도물회 입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무척 감사드립니다

부득이 현지사정으로 인하여 더이상 영업을 할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답장 문자를 보내드렸다.

음. 그동안 맛깔난 먹거리 만드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건강하세요. 다시 기회가 되면 연락주세요

2023년 12월 15일 들려 남 사장님과 꼴뚜기와 홍합탕에 소주 한잔을 나눴다. 마지막 '호도물회'의 추억이다.

좋은 식재료가 주는 맛을 알게 해준 곳이다. 그리움엔 언제나 추억이 머문다!


도물회는 청주 제2운천교 아래, 굴다리 옆에 있다. 초행길엔 찾기가 쉽지 않다. 중년의 수수하고 선한 인상의 부부분이 1991년부터 운영한 횟집이다.

지역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으로 뜨내기손님은 거의 없다. 충남 보령 호도라는 섬에서 지인이 잡아서 보내주는 수산물로 음식을 내기 때문에 조업 여부에 따라 영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전화 문의 후 찾아야 했다.

회는 자연산 노래미를 활어회로 주로 내고 가끔 광어회도 나왔다. 자연산 홍합으로 끓인 시원한 홍합탕이 맛깔났다.

2024년 8월 현지 사정으로 인하여 더는 영업하지 않는다는 문자를 받았다. 추억의 맛을 떠올려본다. 그리워할 맛집이다.


"단단하고 찰진 겨울 맛"

광어회를 주문하면 신선함이 눈에 보이는 수족관 속 자연산 광어를 뜰채로 건져 두툼하고 길쭉하게 썰어 내준다. 마늘, 고추, 고추냉이, 상추, 오이, 당근, 양념장 등 곁들여 나오는 찬은 단출하지만 부족함은 없다.

살이 도톰하게 오른 광어회를 몇 점 입에 넣고 씹는다. 육질이 단단하고 씹힘성이 좋다. 숙성한 회보다 감칠맛은 덜하지만 씹을수록 은은하게 단맛도 돈다. 겨울 광어의 신선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을 기껍게 한다.

다진 마늘, 고추, 참기름, 고추장 등을 넣은 양념장을 잘 섞어 광어회를 찍어도 먹고 상추쌈도 싸 먹는다. 맵고 달고 고소하고 아리고 구수한 맛들이 광어회에 겹쳐지며 풍미는 더하지만, 본연의 맛은 가려버린다.

자연산의 신선한 씹는 맛에 숙성의 감칠맛이 더해진 제철 자연산 겨울 광어의 참맛을 보려면 다음엔 미리 전화드려 광어회를 숙성해 달라고 부탁드리고 찾아봐야겠다.

 

이젠 부탁할 수 없다. 그리움의 맛이 되었다.


"바다가 기른 자연산의 힘"

홍합 껍데기에 각종 해조류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자연산 홍합의 물증이다.

큰 냄비에 강원도 지방에선 '섭'으로 부르는 씨알 굵은 자연산 홍합, 반달 모양으로 큼직하게 썬 무, 미역, 대파, 청양고추 등 포장해 준 식자재를 큰 냄비에 담고 물만 약간 넣고 끓인다.

무와 홍합에서 뽀얗게 우러난 국물을 한술 뜬다. 개운하고 통쾌하다. 시원함이 창자 끝까지 짜릿하게 타고 내려간다. 뒤이어 청양고추의 칼칼한 매운맛이 슬며시 올라오며 맛의 변주를 준다. 국물이 자박해질수록 바닷속 깊은 맛을 끌어내어 자연의 짠맛과 감칠맛은 더 진해진다.

껍데기를 벗겨 살만 발겨 먹는다. 주황색 살이 튼실하고, 통통하다. 졸깃하고 탄력적인 겉살과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운 속살이 한데 어우러지는 식감이 그만이다. 살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원함을 내준 뭉근한 무는 부드럽고, 송송 썬 파는 살강 씹히고, 미역은 매끈하고 졸깃하게 씹힌다. 중간중간 씹히는 청양고추가 매운맛의 존재감을 뽐낸다.

특별한 기교 없이 물만 넣고 끓인 홍합탕에 속까지 흐뭇해진다. 바다가 기른 자연산의 힘이다.


홍합은 자연산이라 씨알이 때마다 다른듯하다. 자연산 미역도 넣어 끓여준다. 홍합 크기에 따른 살맛은 크지 않지만, 국물 맛의 차이는 난다.


"바다가 기른 자연산의 맛"

쥐노래미는 쏨뱅이목 쥐노래미과 생선으로 일반적으로 놀래미라 불리며 강원도에서는 돌삼치, 돌참치라 부르고 경남 지역에서는 게르치라고 불리지만 게르치는 따로 있는 어류이다.

수족관 속 자연산 쥐노래미

주문 후 수조안의 살아 있는 놀래미를 꺼내 즉살 후 썰어 내준다. 고추장, 간장양념, 오이, 당근, 된장에 참기름, 다진 마늘, 다진고추등을 넣은 구수한 양념쌈장, 싱싱하고 쌉싸름한 상추, 마늘, 고추, 고추냉이등을 곁들여 먹는다. 일반적인 횟집보다 밑반찬은 적지만 회맛 자체를 즐기기엔 모자람이 없다.


놀래미회는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도톰하게 썰었다. 젓가락으로 회만 몇 점 집어 입에 넣는다. 적당히 차지고 쫀득쫀득한 살이 치아에 콕콕 박힌다. 씹을수록 고소한 단맛이 입안을 감친다. 바다가 기른 신선한 자연산의 맛이다.

기호에 맞게 고추장, 고추, 마늘, 된장양념, 간장양념등을 더하거나 상추쌈을 싸 먹기도 한다. 회맛은 덜해지지만 다양한 식감과 맛이 보태진다. 소주 한잔 즐기기엔 더할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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