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 25. 07:00ㆍ바롱이의 쪽지/강원도
"기억을 곱씹어 잊지 않을 맛"
속초 여행 가면 항상 찾아가는 대폿집이 있었다. 속초 부흥종합철물 안에 있는 번지없는주막이다. 해마다 한 번 이상은 방문했다.
주인 할아버님과 서로 연락처를 알고 있어 방문 전 연락을 드렸다. 휴대폰이 꺼져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불길했다. 부흥종합철물로 전화를 드렸다. 주인 할아버님이 2021년 2월 설날에 돌아가셨다며 부고(訃告)를 전해 주셨다. "아이고" 외마디가 나도 모르게 나왔다. 다리가 불편하신 건 빼곤 건강해 보이셨는데...
2020년 6월 뵙고, 가끔 온라인에 다른 분들 방문 글이 올라오는 걸 보며 건강히 계시는구나 생각하고 있었다. 마지막 방문이 될줄 꿈에도 상상치 못했다.
더는 할아버님 수제 막걸리와 도루묵 식해는 맛볼 수 없다. 그건 할아버님을 억지로 기억해 내기 위한 매개체일 뿐이었다. 뜨내기 여행객에게 안경 너머로 잔잔한 미소를 띠며 따듯한 말로 대해 주시던 할아버님의 모습이 늘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사라지는 것보다 잊히는 게 슬프다. 기억을 곱씹어 잊지 않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본다.
잘가라며 배웅해 주시던 번지없는주막 주인 할아버님 모습이 또렷하다.
할아버님이 직접 만든 수제 막걸리가 주전자에 가득 담겼다. 안주는 시큼하고 쫀득했던 도루묵식해르 내줬다. 할아버님이 만든 막걸리를 돋보이게 해주던 음식이었다. 이젠 들다 더이상 맛볼 수 없다. 늘 기억속에서 곱씹어 맛을 기억할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어 본다.
석쇠에 올린 양미리도 손으로 뒤집어 가며 연탄불에 구워 주셨다. 해마다 양미리 철이 오면 양미리 구워 주던 할아버님 손을 기억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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