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05_양산_우정식당

2022. 6. 7. 06:15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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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05_경남_양산_우정식당]

양산 석계시장 뒷골목에 있는 민물 매운탕 전문점이다. 시의원 시절 천연기념물 신기마을 이팝나무 살리는데 애 많이 쓰셨다는 남 사장님과 인심 좋고 음식 솜씨 좋으신 여사장님이 운영하신다. 혼자에 아침 일찍 방문하였고 식당 앞이 공사 중이어서 식사 가능한지 여쭤보니 여사장님이 흔쾌히 아침 밥상을 차려주신다. 뜨내기 나 홀로 여행객에겐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우주를 담은 네모 쟁반의 맛"

된장찌개 백반(된장찌개를 주문한다. 네모난 양은 쟁반이 밥과 찌개, 숭늉, 밑반찬 등이 담긴 동그라미들을 가득 포용하고 있다. 우주 속 둥근 달 같다. 둥근 달 같은 접시 속 음식들 색깔이 고믈젓다.

하얀 달 같은 밥으로 눈이 향한다. 여사장님이 많이 먹으라며 꾹 눌러 담은 고봉밥이다. 따뜻한 김 속으로 푸짐한 인심이 콧속으로 후벼 든다. 한 술 크게 떠먹는다. 찰지고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감친다.

검은 달 같은 뚝배기에는 된장이란 흙에 두부, 호박, 무 등이 움푹 파인 달 표면을 이룬다. 한소끔 끓여 나온 된장찌개를 먹는다. 흐린 갈색빛 국물은 구뜰하고 시원하며 건더기로 넣어진 채소와 두부는 부드럽고 촉촉하다. 시골 내음이 진하게 느껴지는 된장찌개다.

매콤하게 고추장 양념한 고소한 큰 멸치볶음, 뼈까지 녹진해진 짭짤하고 부드러운 살의 멸치젓갈, 묵은김치, 아삭한 무김치, 부드럽고 졸깃한 오징어젓을 넣은 무생채, 된장에 절인 매콤한 고추지, 아삭한 무와 삼삼하고 상쾌한 맑은 동치미, 보들보들한 노란 달걀찜 등을 담은 둥근 달 안에는 색감, 식감, 풍미가 다른 밑반찬들이 펼쳐져 있다. 하얀 달 같은 담백한 쌀밥과 어우러짐이 그만이다. 달 속 구성물들은 소박하지만, 허투루 만든 게 없다. 

휴식 중인 은빛 행성 분화구 속에는 따뜻한 숭늉이 담겨 있다. 구수한 맛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우주 위 다양한 행성들을 오가는 여행이었다. 우주를 담은 네모 쟁반의 맛은 각기 다른 행성들의 향토색 짙은 맛으로 여운 깊게 남는다.)

연한 된장에 절인 매콤한 고추지와 뼈가지 녹진하게 삭은 짭짤하고 보들보들한 살의 멸치젓갈이 인상 깊은 맛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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