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03_청주_강원도정식

2022. 3. 29. 05:33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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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03_충북_청주_강원도정식]

청주 강내면 탑연삼거리 부근 골목에 있는 식당이다. 고향이 강릉이신 여사장님이 10여 년 영업 중이며 인근 대학교 교수분들이 자주 들린다고 한다.

아침 6시부터 백반 식사가 가능하다. 김치찌개, 짜글이, 고등어찌개, 동태찌개, 알탕 전골, 오징어볶음 등 식사류와 삼겹살, 닭볶음탕, 닭백숙, 삼계탕, 돼지두루치기 등도 맛볼 수 있다. 


"짜글짜글 소리에 맛을 담다"

짜글이 백반(따뜻한 쌀밥에 콩장, 마늘장아찌, 멸치볶음, 돼지고기·메추리알 장조림, 열무김치, 감자볶음, 김자반, 도라지무침, 동치미, 생김, 청·홍고추 썰어 넣은 양념간장, 물에 씻은 생 다시마 등 밑반찬을 먼저 차려 내주고 짜글이는 주방에서 조리 후 식탁에서 한 번 더 졸여가며 먹게 내온다.

짜글이는 충청도에서 즐겨 먹는 음식으로 국물이 짜글짜끌 끓는다고 하여 '짜글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국물이 일반적인 찌개보단 적고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와 비슷하다.

고향이 강릉 바닷가인 여사장님이 내륙 지역인 청주에 정착하며 현지 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든다. 청주 다른 식당의 짜글이에선 보지 못한 바지락이 들어 있다. 정착한 지역의 음식에 여사장님 고향의 방식을 덧입힌듯 보인다.

돼지고기, 묵은지를 볶다가 갖은양념으로 버무린 후 대파, 버섯, 바지락살과 물을 넣어 한소끔 끓여 내준 짜글이가 휴대용 가스레인지 위에서 국물이 자작하게 졸여지며 짜글짜글 소리를 낸다. 밥을 부르며 먹어 달라는 신호다.

앞접시에 국물과 건더기를 덜어 맛을 본다. 갖은양념의 달콤하고 매콤한 맛, 바지락살이 뿜어낸 바다의 시원한 감칠맛,  돼지고기에서 우러난 고소한 감칠맛과 묵은지 발효의 맛등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국물맛이 개운하다. 아삭하고 시금한 묵은지, 부드럽고 고소하게 씹히는 돼지고기, 졸깃한 바지락과 버섯 등의 물성이 리드미컬하게 씹히며 혀와 입을 농락한다.

여사장님 추천대로 생김에 밥과 간장양념이 배인 매콤한 고추, 돼지고기를 얹어 쌈을 싸 먹는다. 담백한 밥맛에 짠맛과 매콤한 맛의 고추, 돼지고기의 구수한 맛, 생김의 바다향이 입안을 풍성하게 감친다.

하얀 쌀밥에 밑반찬도 골고루 맛본다. 감자볶음은 사근사근 씹히고 멸치볶음은 매콤하게 고소하다. 생김에 밥을 얹고 짭조름한 간장이 밴 알싸한 고추를 얹어 싸 먹는 맛도 좋다. 동치미 국물은 청량한게, 맵고 기름진 음식을 순하게 해주며 식사를 이어준다. 밑반찬이 겹치지 않고 두루두루 맛깔나다.

특유의 강릉 사투리 억양을 쓰시는 투박한 여사장님이지만,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과 손품이 느껴지는 밥상은 세련스럽다.)


식당 한편에 노르스름한 누룽지가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여사장님이 아침 식사로 물을 넣어 끓여 드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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