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06_광주_ 행복한밥상지도로

2022. 10. 2. 09:15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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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06_전남_광주_행복한밥상지도로]

혼자 아침 식사하러 들렸다. 주인 할머님이 밥 차려 줄 테니 11시 30분경 오라고 한다. 장날인 말바우 시장 구경을 하고 12시쯤 다시 찾았다. 식탁 위로 밑반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단골손님들이 많은 듯하다. 잠시 후 자리가 꽉 찬다. 주변 회사 분과 인부분들로 보인다. 점심시간은 어머님이 백반만 판매하며 저녁 시간엔 시인 겸 요리사인 아들분이 세트 메뉴와 코스요리 두 가지 술상 음식을 만든다. 


"집밥의 정석"

백반(자리에 앉아 식탁을 둘러본다. 배추겉절이, 감자조림, 시금치 무침, 건새우 볶음, 열무김치, 달걀말이, 파김치, 미나리무침, 미역줄기볶음 등 밑반찬이 하얀 그릇에 깔끔하게 담겨 있다. 미리 만들어 보관해 둔 게 아닌 점심시간에 맞춰 만들어 신선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간도 자극적이지 않고 식재료에 알맞게 양념하였다. 

밑반찬을 몇 개 맛보는 동안 점심 손님들 시간에 맞춰 지은 따뜻하고 찰진 쌀밥에 졸깃한 바지락살과 매끈한 미역을 넣어 끓인 미역국을 내준다. 

김이 오르는 밥을 한술 뜬다. 밥이 살아 있다. 씹을수록 구수하고 단맛이 은은하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밥과 밑반찬을 번갈아 가며 바삐 움직인다. 미역국도 한술 크게 뜬다. 국물이 삼삼하고 시원하다. 딸려 온 미역과 바지락살은 제 식감을 어금니에 전달하고 푸르고 뽀얀 바다의 맛은 입안을 휘감는다. 바쁜 수저질에 밥공기 속 하얌은 없어지고 밑반찬을 담은 흰 그릇 은 양념의 흔적이 남은 수채화로 변한다.

밑반찬과 국은 매일 조금씩 바뀐다고 한다. 수수한 밑반찬들이지만 정성과 솜씨가 담긴 밥상이다. 집밥의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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