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08_하동_한다사섬진강재첩

2023. 2. 14. 05:17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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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경북 구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08_경남_하동_한다사섬진강재첩]

한다사섬진강재첩은 뚜레쥬르 경남 하동점 건너편 골목에 있다. 1945년생 주인 할머님 홀로 운영하시는 작은 식당이다. 화개 부근서 식당을 시작 후 하동읍 내로 옮겼다가 현 자리서만 17년 정도 영업 중이라고 한다. 식당 근처에 아드님이 운영하는 떡집이 있다.

2019년 겨울에 넘어지셔서 허리를 다쳐 한동안 영업을 안 했다는 소식을 2020년 4월 방문 시 접했다. 근 1년 만에 다시 찾았다.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신다. 허리는 좋아졌지만, 여전히 아프시다고 말씀하신다. 

자식분들은 그만 일하시라고 하지만, 쉬시면 몸이 더 아프다며 소일거리 삼아 가게를 나온다고 하신다. 말씀 나누기도 좋아하시고 본인이 만든 음식을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도 좋아하시는 듯하다.

섬진강에서 잡은 재첩을 넣고 푹 끓인 재첩국과 맛국물에 된장과 제철 채소를 넣어 끓인 시락국을 맛볼 수 있다. 시락국은 2일, 7일 오일장이 서는 하동 장날만 판매한다. 재첩과 재첩국은 택배 또는 직접 판매도 한다.


2016년 첫 방문 때 재첩국과 시락국을 맛봤다. 재첩국은 작지만, 통통한 섬진강 재첩을 넣어 끓인 국물에 부추를 넣었다. 쌉싸래하고 시원한 국물이 인상적이었다.

맛보라고 구수한 시락국도 주셨다. 고소한 들깨, 식감 좋게 씹히는 시래기, 집된장 등을 넣어 끓인 시락국은 구뜰한 맛으로 기억되었다. 냉장고 속 밑반찬들을 꺼내 주셔서 먹을 만큼만 조금 담았다. 밥도 조금만 요청해 받았다.


주인 할머님이 아침으로 드신 감자밥과 시락국이 수수하고 구수해 보였다. 


"섬진강 대표 속풀이국"

하동 송림 답사 후 좋은 추억이 남은 한다사섬진강재첩을 찿는다. 섬진강 맛을 알게 해준 주인 할머니 손맛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랜만이지만 발걸음은 식당을 기억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주인 할머니께 인사 드리고 재첩국을 주문한다. 할머님이 반찬통에 담긴 밑반찬들을 접시에 조금씩 덜어 주신다. 주방 화구 위엔 뽀얀 재첩국과 갈빛을 띠는 시락국이 끓여지고 있다.


재첩국은 섬진강에서 잡은 재첩을 넣어 푹 끓인 후 청양고추, 부추를 얹어 내준다. 작지만 통통하고 졸깃한 재첩이 푸짐하다. 한 술 크게 떠먹어 본다. 쌉싸래하고 아린 맛이 진하다. 시원한 국물에 청양고추의 칼칼한 매운맛이 변주를 준다. 아삭아삭 씹히는 부추의 식감도 기껍다.

맛보라고 작은 그릇에 시락국도 주신다. 삼삼하고 구뜰하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은은한 감칠맛의 명품 시락국이다.

공깃밥과 냉장고 속 밑반찬도 둥그런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 내준다. 쌀밥에 집된장, 새금하고 아삭한 묵은 김치, 무생채, 삭힌 지고추, 가을 단풍 들때 담근 깻잎절임, 구수한 집된장에 무친 머윗대 무침 등을 함께 곁들여 먹는다. 삶아 놓은 쌉싸래한 머윗대와 달금한 미나리도 된장에 찍어 먹으라며 조금 내준다. 수수하지만 시골집 할머니 정(情)이 물씬 느껴지는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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