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하러 왔다가 술 또 먹고 오지요!

2024. 4. 7. 05:23바롱이의 쪽지/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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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대성집은  1967년 개업하여 3대째 대를 잇는 서울 해장국 노포다. 주변의 노동자들, 동대문 새벽 상인등 노동을 마치고 온 손님들에게 든든함과 시원함을 주던 곳이다. 2020년 1월 용두동  4층 규모의 건물로 확장 이전하였다.

 

50여 년 전통의 맑은 국물에 토렴한 밥과 우거지, 선지, 양짓살을 넣은 해장국이 대표 메뉴이며 산적, 육회, 수육등 술 안줏거리 메뉴도 있다. 영업시간이 특이하게도 저녁에 시작해 익일 오후까지 운영한다.

 

새 장소로 이전 전에 들렸다. 빛바랜 건물 외관처럼 식당 내부에도 70년대의 통나무 모양 테이블, 80년대의 묵직한 원목 좌식 테이블 등 노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자리에 앉아 해장국을 주문한다. 늙은 커다란 솥에서 끓고 있던 해장국을 뚝배기에 넉넉하게 담아 내준다. 조개젓, 무생채, 김치, 다진 고추 등 밑반찬도 곁들여 나온다. 단출하지만 부족하지 않다. 노포에서 살아남은 오랜 업력이 느껴지는 찬들이다. 

 

밥그릇에 담은 갈색 보리차가 정겹다. 한 모금 쭉 들이켠다. 입과 속이 가뜬해진다. 해장국을 받아들일 준비를 마친다.


해장국은 소뼈와 양지머리, 내장, 직접 말린 우거지와 콩나물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오랫동안 끓인 뒤, 선지를 넣어 다시 한번 푹 끓인다. 

 

검은 뚝배기에 식은 쌀밥을 담아 맑은 기름이 감도는 국물로 토렴후 콩나물, 우거지, 양짓살, 선지, 자극적인 맛 덜한 다진양념을 얹는다. 

 

숟가락을 집어 든다. 살며시 건더기들을 가장자리로 밀친다. 휘휘 젓지 않고 맨 윗부분의 국물을 살포시 떠 먹는다. 알맞은 온도의 국물이 깔끔하면서 깊다. 식재료들이 푹 고아지며 스며들고 배어 나온 맛이다. 몇 번의 똑같은 숟가락질이 이어진다. 속을 부드럽게 감싸 준다.

 

탱글탱글한 붉은 선지 덩어리를 숟가락으로 뚝 떼어내 맛본다. 선지가 뽀드득 씹히며 국물을 혀에 쏟아낸다. 고소하고 시원한 감칠맛으로 입안이 기껍다.

 

숟가락을 뚝배기 깊숙이 넣는다. 건더기와 국물을 함께 떠 입안에 넣는다. 엇구수하면서 개운한 국물 사이로 간이 고루 배인 밥알이 보슬보슬하게 씹힌다. 우거지, 살코기, 다진 내포, 콩나물 등 건더기들도 각각의 식감과 맛을 어금니와 혀에 또렷하게 전달한다. 국물과 건더기들이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조화가 그만이다.

 

함께 나온 다진 고추와 조개젓을 올려서도 맛보고 깍두기, 김치, 무생채도 곁들여 먹는다. 매운맛과 감칠맛, 새콤한 맛과 질감이 담백하고 시원한 해장국에 변주를 준다. 노포의 찬들은 더도 덜도 할 것 없이 마침하다.

 

국물과 건더기로 꽉 찬 검은 뚝배기가 속을 드러낸다. 땀이 이마와 목덜미로 살짝 흐른다. 온탕에 몸을 담그면 절로 나오는 감탄사를 해장국에서 느낀다. 속이 환해지고 든든하다. 숙취에 시달린 속을 해장하러 왔다가 또 술을 먹게 할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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