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죽음

2020. 10. 18. 07:38바롱이의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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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죽음"

매미의 죽음 - 유일하

울다가 지쳤다 그래서 웃었다 웃고 보니 세상이 편하다

벌렁 누워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푸르고 고요하다

민들레 홀씨 하나 지상을 버리고 우주로 날아간다

소리한 번 안 지르고 저토록 편안히 날아갈걸!

 

점 하나 지운다고 흔적이 남는 건 아닐진대

여름 끝 간 데까지 점 하나 구걸하듯 울어야만 했을까

아! 허무한 생이여! 이렇듯 누워 후회한들 무엇 하나

 

허공을 향한 나의 팔다리는 다시는 움직임이 없다

지상으로 돌아가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라

어둠 속에서 영원히 잠식하며 살아가리라

 

민들레 뿌리에 기대어 허망한 꿈을 실어 보내리라


매미는 오랜 시간 땅속에서 유충으로 지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된다. 성충의 수명은 일주일에서 한 달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 내내 큰 소리로 우는 수컷의 울음소리는 암컷과 짝짓기를 위한 구애의 소리이다. 짝짓기한 후 수컷과 알을 낳은 암컷은 땅바닥에 떨어져 죽음을 맞이한다.

충북 진천 만뢰산 보탑사 천왕문 앞 계단 연꽃 상 위에 죽은 매미가 얹어져 있다.  8월 중순 한여름이다. 누군가 주워 얹은듯하다. 자연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여행하며 매미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죽으면 여름이 서서히 지나간다고 생각하였다.


천연기념물 나주 상방리 호랑가시나무 답사 후 버스를 기다리며 본 나주 복사초리 삼거리 상방리 정류장 바닥에 널부러져 죽은 매미다. 9월 초순이다. 자연스러워 보인다. 여름이 지났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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