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한 꼴뚜기회&삭힘의 미학 고록젓

2021. 3. 25. 06:20구석구석 먹거리/별식&별미

반응형

[구석구석 별식(別食)&별미(別味)]

별식(別食)은 늘 먹는 음식과 다르게 만든 색다른 음식. 또는 평소에 먹던 것과는 다르게 만든 색다른 음식을, 

별미(別味)는 특별히 좋은 맛. 또는 그 맛을 지닌 음식을 뜻한다.

대한민국 구석구석 여행하며 맛 본 별식, 별미를 소개한다.


[전남 순천 해룡소주방]

순천 조례주공아파트 3, 4단지 아파트 건너편 골목에 있는 술집이다. 70살 가까이 되신 여사장님이 운영한다. 갈빗집에서 1차를 하고 나와 잠시 쉬었다. 아! 그집이란 술집에서 1차 후 나오신 중년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고록젓 이야기가 나왔다. 자신들이 2차로 갈 해룡소주방에 요청하면 준다고 한다. 여사장님과 친분이 있으신 분들이라 일반 손님한테는 주지 않는 고록젓을 내준다. 맛 차이를 구별하기 위해 꼴뚜기회도 주문했다.


꼴뚜기회(검은 눈동자의 반투명한 꼴뚜기를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 하얀 그릇에 담고 깨를 뿌린 꼴뚜기회다. 싱싱함이 눈에 보인다.

미역 줄기 무침, 콩나물무침, 머윗대 무침,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과 시금한 맛의 무김치, 초장을 곁들여 먹는다. 밖에서 만난 분들이 여사장님과 친분이 있으신 덕에 담은지 3일 정도 됐다는 고록젓을 한 접시 내준다. 생물 꼴뚜기회와는 다른 맛의 별미 먹거리다.)


"싱싱한 맛vs삭힌 맛"

꼴뚜기회, 고록젓(꼴뚜기는 "화살오징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정약전이 쓴 어류학서 자산어보(玆山魚譜) 에는 오징어와 비슷하나 몸이 좀 더 길고 좁으며 등판에 껍질이 없고 종이장처럼 얇은 뼈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선비들이 바다에서 나는 귀중한 고기라 하여 '고록어(高祿魚)'라고 불렸다고 써있다." 두산백과의 꼴뚜기에 대한 설명이다.

꼴뚜기는 지방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순천, 여수, 보성, 장흥 등에선 '고록'. 군산, 부안, 김제, 고창, 서천에서는 '꼬록'. 마산, 진해, 창원에서는 '호래기'. 통영에서는 '꼴띠' 울산에서는 '한치'. 보령, 서천, 홍성에서는 '꼴뚝' 이라 불리는 등 이름이 제각각이다. 꼴뚜기를 맛본 순천의 식당에선 고록이라고 부른다.

꼴뚜기는 오징어보다 훨씬 작고 볼품없어 푸대접을 받았지만, 식성이 다양화되고 술안주로 인기가 좋아지며 찾는 이는 많은데 공급이 달려 귀한 먹거리가 되었다.

꼴뚜기회를 주문한다. 껍질도 벗기지 않은 꼴뚜기를 통째로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 접시에 담고 깨를 뿌려 내준다. 검은 눈동자와 반투명한 몸통에 광택이 돈다. 싱싱함을 눈맛으로 먼저 맛본다.

꼴뚜기 한 마리를 호로록 입안에 넣어 씹는다. 탄력적인 쫄깃한 껍질 속에 속살이 보드랍게 씹힌다. 몇 번 씹으니 내장이 터진다. 고소하고 녹진하다. 좀 더 씹으니 달보드레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새곰한 초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된장에 무친 머윗대 무침에 싸 먹는 맛도 일품이다.

여사장님과 친분이 있으신 분들 덕에 고록젓 맛을 본다. 함께 자리하신 분 고향이 고흥인데 고흥에선 따로 양념을 더하지 않고 꼴뚜기에 굵은 소금만 뿌려 1주일 정도 숙성해 먹는다고 한다.

별도로 내주신 고록젓은 소금과 갖은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쳤다. 3일 정도 숙성된 젓이다. 꼴뚜기의 탄력적인 식감은 덜하지만, 여전히 씹는 맛은 좋다. 짭짤하고 매곰한 양념 속에 신선한 맛과 삭힌 맛이 공존한다. 숙성이 진행 중이다. 삭힌 맛이 나는 고록젓은 집된장처럼 쿰쿰한 맛에 새곰한 맛이 더해졌다. 한 접시를 게 눈 감추듯이 비우고 한 접시 더 청해 먹었다. 소주가 술술 넘어간다. 술안주로는 그만인 별미 먹거리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