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한 달콤함, 팥죽(Red Bean Porridge)

2021. 9. 16. 09:54구석구석 먹거리/머드러기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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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머드러기]

표준국어대사전에 설명된 '머드러기'는 과일이나 채소, 생선 따위의 많은 것 가운데서 다른 것들에 비해 굵거나 큰 것. 또는 여럿 가운데서 가장 좋은 물건이나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 여행하며 맛 본 내 인생의 머드러기 먹거리를 소개한다.


[팥죽]

국문명 : 팥죽(Patjuk) 음식분류 : 죽 재료분류 : 주식류

다국어 :Patjuk, Red Bean Porridge, 小豆粥, 红豆粥, 紅豆粥

동짓날에 팥죽을 쑤어 대문에 뿌리면 악귀를 물리친다는 속설이 있다. 붉은팥을 삶아 거른 팥물에 쌀을 넣고 쑨 죽으로 새알심은 나이 수대로 넣는다. 소금이나 설탕으로 간한다.

Some traditional Korean beliefs say that patjuk (red bean porridge) thrown on the gate of one's home on the winter solstice drives out evil spirits. It is a rice porridge made with boiled red beans and rice. Rice is simmered in the liquid strained from the boiled red beans, and small glutinous rice balls are sometimes added. The porridge is seasoned with salt and/or sugar at the table.

ゆでた小豆をこし、米を加えて炊いたお粥。もち粉で作った団子を入れることもある。塩か砂糖で味付けして食べる。

民间传说冬至那天将红豆粥洒在大门上能驱鬼辟邪。煮红豆的水过滤后加入白米熬煮成粥,可按岁数放入年糕球,并用食盐和砂糖调味。 煮好紅豆後用篩子篩過後,放入大米、年糕球煮出的粥。 據傳如果在冬至那天將紅豆粥灑在大門或醬缸上就能驅鬼辟邪。

출처:한식진흥원


[경남 하동 옛날팥죽]

 

녹향다원 자매분들 소개로 함께 식사하러 찾았다. 하동 화개장터 부근 언덕에 있는 팥죽 집이다. 식당 앞에 조영남갤러리카페와 탑리삼층석탑이 보인다. 자가용 3~4대 정도 주차 가능한 주차장도 있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다.

식당 입구에 하동군이 추천하는 맛집 인증서가 보인다. 동네에서는 제법 유명한 곳이다. 인근 사찰 스님들과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손님들이 찾아 온다.

식당 내부는 아담한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다. 큰 테이블이 널찍하게 서너 개 놓여있다. 새알 팥죽과 팥칼국수가 대표 음식이다. 섞어서 주문도 가능하다. 계절 메뉴인 팥빙수, 검정 콩국수와 음료로 식혜, 오미자, 매실차를 맛볼 수 있다.


"은근한 달콤함"

팥죽(널찍하고 움푹 팬 옅은 쪽빛을 띠는 사기 그릇안에 붉은빛의 팥죽, 하얀빛의 새알심, 칼국수를 섞어 푸짐하게 담아 내준다. 색감의 어우러짐이 곱디곱다. 뜨끈한 팥죽에 찰밥, 얼갈이배추, 양파, 열무를 넣어 담근 청량한 물김치와 새곰한 배추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음식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들어 정갈하게 담아낸다.

팥죽 국물과 새알심, 칼국수를 나무 국자로 퍼 앞접시에 담는다. 모락모락 하얀 김이 올라오는 진득한 국물을 호호 불어먹는다. 간이 삼삼하다. 설탕과 소금이 식탁에 놓여 있다. 취향에 맞게 추가한다. 소금과 설탕을 약간 넣는다. 진하고 달콤한 맛이 은은하게 입안에 퍼진다. 뒷맛도 씁쓸함이 전혀 없이 담박하고 깔끔하다. 동그랗게 한입 크기로 만든 새알심이 쫀득하고 찰지게 씹힌다. 굵기가 조금씩 다른 칼국수 면도 탄력적이고 졸깃하다. 고소하고 달금한 팥물이 묻어 더 맛깔나다. 먹다 보니 커다란 그릇이 순삭 돼버린다.)


[충북 청주 용화사]

 

대한불교조계종 제 5교구 본사인 법주사의 말사이다. 

 

1992년 국립청주박물관이 옛 절터인 이곳 용화사 부근에서 발굴한 청동반자의 명문 판독결과 고려 후기에 큰 사찰이었던 사뇌사(思惱寺)라 밝혀짐으로써 용화사가 무구한 역사의 고찰이라는 것이 확인되어졌다. 

 

사뇌사는 신라 말이나 고려시대 초에 창건된 대찰로 일부 학계에서는 몽고의 4차 침입 때 유물들이 매몰한 것으로 추정한다. 일설에는 삼국통일의 의지가 태동하던 선덕여왕대에 미륵불 7본존을 중심으로 70칸 규모의 사찰로 창건되어 신라 화랑들의 심신 단련과 군사들의 충성을 맹세하는 도량으로 활용되기도 하다가 이후 여러 차례의 병화(兵火)로 법당은 소실되었으며, 미륵불은 대홍수로 무심천에 묻혔다고 전해오기도 한다. 

 

그러나 용화사의 사적(1933년 10월에 기록한 법당 상량문)에 의하면 조선 광무 6년(1902)3월 14일 고종의 후궁인 엄비 (嚴妃)의 명에 의해 청주 지주 이희복이 창건했다. 

 

출처:용화사


동짓날 공양간 여불자님이 큰 대접에 팥죽을 담아 주신다. 수저와 따로 준비된 동치미와 김치를 담아 자리로 이동한다.


팥죽 공양(여불자님이 큰 대접에 담아 준 동짓날 팥죽에 동치미와 김장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수저를 한술 크게 떠먹는다. 소금 간이 삼삼하게 된 밥알과 팥물이 부드럽게 술술 넘어간다. 팥과 밥의 비슷한 듯 다른 단맛이 어우러지며 그윽하게 입안에 퍼진다. 은근한 달콤함이 입안에 여운 길게 머문다.

동그랗게 한입 크기로 빚은 새알심이 쫀득쫀득 찰지게 씹힌다. 고소하고 달금한 팥물이 묻어 더 맛깔나다. 스리살살 먹다 보니 커다란 그릇이 순삭 돼버린다.

신맛이 돌기 시작한 김장김치는 여전히 아삭아삭하고 시원하다. 동치미속 무는 단단하게 씹히고 무청은 졸깃하다. 여릿한 단맛과 짠맛이 조화롭게 섞이며 익어가는 국물은 상쾌하다. 담박하고 깔끔한 단맛의 팥죽과 어우러짐이 그만이다.)


[충북 청주 집]

 

팥죽(동짓날에 먹은 팥죽이다. 농사지은 팥과 쌀을 넣어 은근한 불에 정성 들여 끓였다. 은은한 단맛의 팥과 촉촉한 밥알이 부드럽게 술술 넘어간다. 톡 쏘는 청량함에 맑고 개운한 맛, 새콤달콤한 맛, 웅숭깊은 짠맛이 조화롭게 섞인 동치미를 곁들여 먹는다.

 

새알심은 없어도 된다. 그건 사치다. 그건 사치다. 팥죽은 농사져 까부리고, 씻고, 불리고, 끓이는 지난한 과정을 거친다. 팥죽 한 그릇에 담긴 고됨을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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