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89_청주_옛날밥집

2021. 12. 4. 08:08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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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89_충북_청주_옛날밥집]

청주 가경동 풍광초등학교 부근에 있는 식당이다. 점심 특선으로 현금 결제 시 5,000원에 청국장 백반을 맛볼 수 있다. 김치찌개, 오삼불고기, 오징어 볶음, 삼겹살, 동태찌개, 먹태 등 안주류와 예약 메뉴로 토종닭볶음탕도 판매한다.


"다양한 풍미를 맛본 소박한 밥상"

청국장 백반(청국장 백반을 주문하면 압력밥솥 밥통에 끓인 숭늉을 먼저 내준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숭늉으로 속을 달랜다. 쌀쌀한 날씨에 제격이다.

숭늉을 먹다 보면 일반적인 공깃밥과는 다르게 보리와 쌀을 섞어 지은 밥을 넉넉하게 대접에 담아 내준다. 손님이 기호에 따라 밥을 비벼 먹기 편하게 배려해주려는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담겼다.

뚝배기에 한소끔 끓여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청국장이 놓이고 톳무침, 시래기 무침, 총각김치, 콩나물무침, 냉이 나물무침, 고들빼기김치 등 밑반찬에 무와 고등어를 뭉근하게 조린 고등어 무조림 반찬 한 가지가 더해진다.

검은 뚝배기에 물을 부은 후 청국장을 풀고 고춧가루, 송송 썬 대파 등을 넣어 끓인 엇구수한 내음의 청국장을 한술 뜬다. 국물은 구뜰하고 매콤짭짤하며 콩알은 진득하고 구수하게 씹힌다. 씹을수록 쿰쿰한 발효의 깊은 맛이 여리지만, 확연히 느껴진다. 대파도 중간중간 살강살강 씹히며 시원한 단맛을 낸다. 단순한 식자재가 어우러지며 청국장의 풍미를 더 도드라지게 한다.

밑반찬들을 밥과 함께 골고루 맛본다. 하얀 접시에 담긴 콩나물무침은 아삭아삭 씹히고 된장에 무친 냉이 나물무침은 달금하고 구수하다. 향은 덜하지만 겨울 냉이의 단맛이 오롯이 담겼다. 담은 지 얼마 안돼 보이는 고들빼기김치는 신선하고 쌉싸래하다. 고들빼기의 쓴맛이 밥을 부른다.

된장에 삼삼하게 버무린 시래기 무침은 졸깃한 듯 부드럽게 씹힌다. 씹을수록 구수한 감칠맛이 맛나다. 약간 익은 총각김치는 새곰하지만 무르지 않고 사각사각 씹히고 진녹색의 톳무침은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재미있다.

길쭉한 하얀 접시에 국물을 자작하게 담은 고등어 무조림도 맛본다. 양념을 고스란히 빨아들인 무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뭉개지며 달큰하고 시원한 맛을 내고 매콤한 국물을 머금은 고등어는 고소하다.

소박한 식재료에 알맞게 간을 한 음식에서 쓴맛, 단맛, 짠맛, 발효의 맛, 고소한 맛, 구수한 맛, 쓴맛 등 다양한 풍미를 맛본다. 남은 숭늉으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여러 맛의 여운을 잠재우며 개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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