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6. 09:09ㆍ구석구석 먹거리/백반
[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88_충북_청주_집밥]
"부족함이 없는 한식의 기본 밥상"
청주 집밥(농사지은 햅쌀로 지은 쌀밥에 무와 소고기를 넣어 끓인 소고기뭇국으로 아침을 맛본다.
햅쌀로 갓 지은 따뜻한 쌀밥에서 하얀 김이 솔솔 오른다. 엇구수한 밥 내음이 식욕을 돋운다. 하얗고, 윤기가 흐르는 밥을 한 술 크게 떠 호호 불어 입에 넣고 꼭꼭 씹는다. 매끄럽게 혀에 감기는 밥알 한 톨 한 톨이 찰지고 탄력 있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입안을 감친다.
쌀밥의 구수한 여운을 간직하며 연한 갈색빛의 맑은 기름이 살짝 감도는 소고기뭇국으로 눈길을 돌린다.
소고기뭇국은 물에 담가 핏물을 뺀 소고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후 얇게 썬 무와 함께 참기름에 볶은 후 맹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다. 약간의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다.
건더기와 국물을 함께 떠먹는다.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달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조선간장의 웅숭깊은 짠맛은 담백함을 해하지 않으며 간도 맞추고 풍미도 더해준다. 겨울 초입의 잘 여문 무는 시원함과 단맛을, 특유의 고기 향과 부드러운 듯 졸깃한 식감의 소고기는 은은한 감칠맛을 선사한다. 소고기와 무란 바탕흙에 조선간장과 참기름의 유약이 발라지며 한데 어우러진다. 백자를 닮은 듯 깨끗하고 담백한 소고기뭇국이다.
한식 상의 기본인 국(羹)과 밥(飯)으로만 차린 간동한 집밥이지만, 표현할 것은 다 표현하여 부족함이 없는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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