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19. 07:34ㆍ구석구석 먹거리/백반
[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86_충북_청주_기운차림 가경점]
청주 경덕중학교 부근 대로변에 있는 기운차림 가경점이다. (사)기운차림봉사단이 운영하는 천원식당이다. 입구 창문에 "평일 점심 천원 누구나 환영 ❤️"이란 문구가 붙어 있다.
청주 아침을 천원에 먹을 수 있는 '맛나김치식당'과 전라남도 광주 대인시장에 있는 '천원 밥집'인 '해뜨는식당'에서 한 끼 먹은 기억이 떠올랐다.
평일 12시가 다 된 시간에 찾았다. 식사하시는 분들 연세가 많아 보였다.
봉사자분들이 친절하시다. 식사 전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맞이한다. 봉사자분들이 식사 후 나가는 분들에게 '또오세요', '기운찬 하루 되세요.'란 말이 인상적이다. 식사하신 분들도 '잘 먹고 가요' 하고 겉치레가 아닌 말을 건넨다.
후원자와 봉사자분들을 모집한다. 열 체크와 손 소독 후 식사비 통에 1,000원을 담는다.
비닐장갑을 착용 후 밥통 속 갓 지은 따뜻한 밥을 하얀 접시에 담는다. 자율 배식으로 먹을 만큼 담는다.
탁자마다 칸막이가 설치되어 1인 식사를 해야 한다. 내부 공간이 청결하다. 12시쯤인데 식사하는 분들이 많다. 식사 중에 보니 빈자리가 없다.
봉사자 분들이 음식도 만들고 나눠 준다. 설거지도 함께 하는 공간이다.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는다. 플래카드에 붙은 글이 마음에 닿는다.
주방 앞 테이블에 갓 담은 배추 김치, 유채 무침, 가자미구이, 무청 시래기 된장국이 준비되어 있다. 봉사자분들이 밥 푼 하얀 접시에 밑반찬을 담아 주신다. 가스레인지에 식지 않게 데운 무청 시래기 된장국은 국그릇에 따로 담아 내준다.
"기운찬 천원 백반"
천원 백반(접시엔 따뜻하고 하얀 쌀밥과 갓 담은 배추김치, 푸른 유채 무침, 가자미구이 한 토막이 놓여 있고 국그릇엔 황토색 짙은 무청 시래기 된장국이 담겼다. 검이불루(儉而不陋).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밥상이다.
식사 시간에 맞춰 지은 쌀밥이 고슬고슬하다. 부드럽고 매끈하게 혀에 감긴다. 씹을수록 찰지고 단맛이 은은하다. 근래 먹은 식당 밥 중에 으뜸이다.
무청 시래기가 졸깃하게 씹히는 된장국은 간간하고 구뜰하다. 갓 담은 배추김치는 아삭아삭 상쾌하고 데친 유채에 깨와 소금간 살짝 한 유채 무침은 부드럽게 고소하다. 노릇하게 구워진 가자미구이는 바삭한 껍질과 담백한 살밥이 잘 어우러졌다. 약간 짭짤한 맛이 밥반찬으로 알맞다. 밥과 국, 반찬을 싹 비운다.
주방 플래카드에 쓰인 "따뜻한 분들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정성스런 식단입니다."란 문구가 마음에 전해지며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식사 후 나가며 '기운찬 하루 되세요'란 봉사자분의 말처럼 기운을 차리게 해준 따뜻한 한 끼였다. 단돈 천 원으로 누린 호사다.)
퇴식구에 남은 음식을 버리고 접시와 국 그릇, 수저 등을 위치에 놓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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