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23. 05:54ㆍ구석구석 먹거리/백반
[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87_충북_청주_김장 밥상]
돼지고기 수육(어머니는 항아리속 집된장을 떠 맹물에 넣고 휘휘 손으로 젓는다. 수육 삶는 물에 바탕이 되는 된장에 손맛이 더해진다.
집된장을 푼 물에 삼겹살, 목살, 전지 등 돼지고기와 월계수 잎, 양파, 생강, 소주 등을 넣은 후 먼저 센불로 끓이다가 약한 불로 줄여 은근하게 삶아낸다. 양파가 뭉근해지고 돼지고기를 젓가락으로 찔러 푹 들어가고 핏기도 보이지 않으면 알맞게 잘 삶아진거다.
잘 삶아진 수육을 건져 도마에 얹고 도톰하게 썬다. 짙은 황토색 집된장의 기운을 오롯이 흡수한 갈색빛의 수육을 하얀 접시에 담는다.)
"사랑과 정을 나눈 밥상"
김장 밥상(김장을 마친 가족들이 빙 둘러 앉아 점심을 먹는다.
농사지어 갓 도정한 뽀얗고 윤기 흐르는 쌀밥에 하얀 김이 오른다. 한 입 넣어 꼭꼭 씹는다. 찰지고 달금함에 입안이 기껍다. 구운 김 하나만 있어도 될 정도로 밥맛이 달다.
동태알을 고스란히 품은 동태와 무를 넣어 끓인 빨간 동태찌개도 한술 뜬다. 국물이 매콤달콤하고 시원하다. 통통한 알은 고소함이 톡톡 터지고 뼈에 착 달라붙어 있는 살은 담백하고 부드럽다.
햅쌀밥과 동태찌개는 조연이다. 김장 밥상의 주연은 가족이 함께 공들여 담은 김장김치와 돼지고기 수육이다. 주연임을 알리듯 밥상에서도 중앙 자리를 차지한다.
김장김치 중 배추김치와 고들빼기김치 두 가지가 밥상에 올랐다.
배추김치는 갖은양념에 버무려졌지만 밭의 기운이 그윽이 남아 있는 배추의 풋내가 싱그럽다. 아삭하게 씹히며 시원한 맛을 낸다. 김칫소로 넣은 통통한 갓도 푸름을 잃지 않고 사각사각 씹힌다. 알싸한 풍미도 그대로다. 고춧가루 양념과 젓갈의 맛이 아직은 여리다.
고들빼기김치는 잎은 졸깃하고 뿌리는 고독고독하다. 겨울에 맛보는 쌉싸래한 맛이 별미다.
가족들의 손맛과 화합으로 담근 김장김치에는 사랑과 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발효의 시간을 거치며 깊은 맛을 낼 김장김치다.
집된장의 간이 배인 돼지고기 수육도 맛본다. 보들보들 구수한 살코기, 쫀득한 껍질, 꼬독꼬독 씹히는 오도독뼈, 고소한 비계의 기름진 맛 등 다양한 질감과 풍미로 입안이 풍성해진다.
시원하고 아삭한 배추김치에 수육을 올리고 감칠맛 나는 새우젓과 양념 조개젓을 얹어 먹는 맛이 그만이다.
가족이 힘듦을 나누고 맛보는 사랑과 정이 고스란히 담긴 밥상이다. 더없이 소중하고 기억에 남을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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