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85_청주_금호식당

2021. 11. 18. 09:43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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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85_충북_청주_금호식당]

청주 남문로 청주순복음교회 가는 길 사거리에 있다. 갈비 찌개로 유명한 황할머니갈비찌개 옆 건물로, 모텔로 사용된 거로 보이는 건물 1층이다.

점심시간 지난 오후 1시경 미닫이문을 밀고 들어선다. 주인 할머니께서 점심 장사를 마치고 차를 한잔 드시려던 찰나다. 자리에 앉자, 중년의 남성분이 온기가 남아 있는 끓인 물을 내준다. 미지근한 물을 마시며 주위를 둘러본다. 입식 테이블 뒤로 방처럼 보이는 공간에 좌식 테이블도 보이고, 한 귀퉁이에 쌀가마니도 쌓여 있다. 푸근한 가정집 분위기다.

비지장을 주문하니 주인 할머님이 오픈된 주방으로 자리를 옮겨 비지장을 끓이고 밑반찬도 챙긴다. 허물없어 보이는 중년 남성분이 꽃 그림이 그려진 쟁반에 음식을 담아 내온다. 

대부분의 식자재를 국내산을 사용하며 청국장, 비지장, 순두부, 두부김치 등을 맛볼 수 있다.


"따끈하고 구수한 서민의 음식, 비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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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장 백반(온기 남은 물로 입을 축이고 있으면  꽃 그림이 그려진 양은 쟁반에 좁쌀과 백미를 섞어 지은 따뜻한 쌀밥과 뚝배기에 바글바글 끓인 비지장을 중심으로 오이무침, 얼갈이배추 데침, 콩나물무침, 김무침, 깍두기, 두부구이 양념 무침, 고추부각 조림 등 밑반찬과 고등어 무조림 반찬을 하얀 접시에 담아 내준다. 빨간 꽃 그림 위에 차려진 담음새가 깔끔하다.

검은 뚝배기 안 비지장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쉰내나 쿰쿰한 냄새보단 엇구수하다. 주인 할머니 말씀으론 비지를 24시간 띄운다고 한다.

되직한 비지장을 휘휘 저어 한 술 떠먹는다. 잘게 으깨어진 콩 부스러기가 살강 살강 씹힌다. 입자가 굵게 갈린 콩알도 보이는 걸 보면 두유를 짜고 남은 찌꺼기가 아닌 불린 콩을 간 되비지를 사용한 듯하다. 구수한 풍미와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비지찌개의 까슬함보단 부드럽고, 청국장의 진한 맛과는 다르게 순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잘게 썬 배추는 부드럽고, 고춧가루의 칼칼한 매운맛이 나긋한 맛에 도드라진다. 추운 겨울철 따끈하게 먹을 수 있는 서민의 음식인 비지장이다.

쟁반에 담긴 찬들을 밥과 함께 골고루 맛본다. 김무침은 고소하고 얼갈이배추 데침은 삼삼하다. 콩나물무침은 아삭하고 오이무침은 아삭함에 시원함도 더한다. 자극적이지 않은 양념의 깍두기는 단단하고 달금하다. 손이 한 번 더 간 두부구이 양념 무침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보드랍다. 고추부각에 갖은 양념장으로 졸인 고추부각 조림은 촉촉하고 존득존득하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짝지근한 맛, 매콤한 맛 등이 한데 뒤섞였다. 다양한 식감과 풍미로 입안이 풍성해진다.

하얀 접시에 자작하게 국물을 담아 내준 고등어 무조림도 맛본다. 양념에 뭉근하게 졸여진 무는 보들보들 달큰하고 고등어는 기름진 고소한 맛에 젓가락질을 계속하게 한다. 매콤달콤한 국물에 고등어살을 찍어 먹어도 맛나다.

음식들의 간이 알맞고 양념이 과하지 않다. 식자재의 온전한 맛을 살렸다. 수수하지만 만든이의 수고스러움이 가슴에 부듯이 와닿는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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