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82_해남_간판 없는 밥집

2021. 10. 2. 10:01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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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경북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82_전남_해남_간판없는밥집]

해남읍 5일 시장(1, 6일)이 서는 날, 아침 8시경 오일시장 안에 있는 '옥희네 밥집' 을 들렸다. 밥이 다 떨어져서 영업을 마쳤다며 부근에 있는 간판 없는 밥집을 소개해 준다.

좌판 장사하시는 분들, 장날 물건 사러 오신 분들이 식사도 하시고 밑반찬에 술도 한잔하신다. 내부 공간이 넓지 않아 자연스럽게 합석해야 한다.


"정겨운 서민의 밥상"

백반(장날 시장 오신 어르신 두 분과 합석하여 받은 밥상이다. 합석하신 분들과 밑반찬을 함께 먹어야 한다.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방식이지만 개인적으론 타지역에서 비슷한 경험이 많아 특별히 거부감을 가지진 않는다. 

하얀 쌀밥을 넘치게 담은 고봉밥과 우거지 된장국은 개인별로 따로 내준다. 한식의 기본이자 백반의 주연인 밥과 국이다. 밥과 국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백반이다. 밥 한 숟가락 떠먹고 우거지 된장국을 맛본다. 구뜰하다. 국물을 머금은 배추 우거지가 촉촉하고 부드럽게 씹힌다. 밥과 국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는 백반이다.

식탁 위에 놓인 밑반찬을 눈으로 훑어본다. 매콤한 고춧가루 넣어 담근 시원한 양파김치, 아릿한 파김치, 사근사근 씹히는 고구마 순 무침, 깍두기, 삭힌 고추지, 신 열무김치, 배추김치, 곰삭은 멸치젓갈, 어린 열무김치 등 밑반찬에 부드럽고 달콤한 무를 넣은 작은 조기조림 반찬이 더 해진다. 투박하게 접시에 담은 밑반찬의 양도 야박하지 않다.

뽀얀 고봉밥에 색색의 찬을 얹어 먹는다. 공기가 넘치게 담겼던 흰색은 사라지고 은색 바닥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수수하지만 다양한 맛과 식감을 맛봤다. 음식은 함께 먹어야 맛나다는 걸 새삼 느꼈다. 뜨내기 여행객을 식구로 만들어준 서민의 밥상이다.

큰 대접에 담은 진한 갈색빛 보리차를 빈 밥공기에 한가득 따라 마신다. 시원하고 구수하다. 개운하게 식사를 마무리한다. 시골 장터 간판 없는 밥집에서 사람과 함께 해야 아는 맛을 깨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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