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 16. 08:22ㆍ구석구석 먹거리/백반
[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95_충남_태안_이원집]
태안 서부시장에 있는 대폿집 겸 초장 집이다. 음식 솜씨 좋으신 1946년생 주인 할머님이 30여 년 운영하셨다고 한다. 손님들이 주변 수산물 가게에서 식자재를 사 오면 알맞게 음식을 만들어 내준다. 식당 뒤편에 직접 담은 장이 담긴 장독들이 있다. 주인 할머님 음식 맛의 원천이다.
"연륜과 따뜻함을 담은 밥상"
백반(전날 박대 찌개를 먹으며 아침 식사도 가능한지 여쭤보니 원래 하지 않지만 찾아오면 밥줄 테니 들리라고 하신다. 다음 날 아침을 먹으러 다시 찾는다. 주인 할머님이 얼굴을 알아보시고 밥상을 차려 주신다.
갓 지은 듯 하얀 김이 오르는 따뜻한 쌀밥은 윤기가 흐른다. 밥 한술 떠 호호 불어먹는다. 찰기가 알맞고 단맛이 은은하다.
하얀 그릇에 담긴 연한 갈색빛의 해물 된장국도 맛본다. 집된장, 주꾸미, 조개, 머윗대를 넣어 끓인 된장국이다. 집된장의 구수한 맛에 조개와 주꾸미의 시원한 감칠맛이 더해진다. 속이 개운하고 환해진다. 식감 좋게 씹히는 주꾸미와 조갯살은 졸깃하고 국물의 기운을 고스란히 품은 머윗대는 보들보들하다.
기껍게 먹다 보니 주인 할머님이 반숙 달걀 프라이를 부쳐 내준다. 주인 할머니의 따뜻함이 보인다. 하얀 쌀밥에 올려 노른자를 터뜨려 먹는다. 밥알에 고소함이 진득하게 묻으며 촉촉해진다.
꽃 그림이 그려진 둥그런 양은 쟁반에 내준 밑반찬도 곁들여 먹는다. 짭조름한 마늘종 장아찌는 사각사각 씹히고 신맛이 돌기 시작한 열무와 얼갈이배추 김치는 시원하고 풋풋하다. 매콤한 양념이 더해진 고소한 멸치볶음과 짭짤한 감칠맛의 양념 갈치속젓은 쉴 틈 없이 밥을 부른다.
밥 한 톨 남기지 않은 밥그릇에 냉장 보관해 둔 시원한 보리차를 덜어 마신다. 숭늉과 다름없는 구수함으로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주인 할머님이 평소에 드시던 대로 차려준 밥상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직접 담은 장과 눈대중으로 양념한 밑반찬들의 간이 알맞다. 주인 할머니의 연륜의 힘과 따뜻함을 오롯이 느낀 밥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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