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98_고성_쉼터식당

2022. 1. 28. 07:48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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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98_강원_고성_쉼터식당]

쉼터식당은 거진파출소 뒤편에 있는 작은 건물이다. 첫 방문시 맛본 생선구이 기억이 좋아 다시 찾았다. 건물이 철거가 돼 위쪽에 자가건물을 사셔 식당을 확장 이전한다고 하신다. 마침 찾은 날 저녁에 이전한다고 한다.

여사장님 중년의 나이에 오셔 20여 년 넘게 함께 영업한 자리라 정이 많이 든 곳이라고 한다. 당분간은 이곳도 열어 두신다고 한다. 새로 연 곳이 깨끗하고 시설도 좋겠지만, 맛은 별개로 개인적으론 이런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

서글서글하고 넉살 좋게 손님 응대하시는 여사장님이 곤지(강원도에서 명태의 내장을 이르는 말이다.) 많이 넣어 줄 테니 대구탕을 맛보라고 추천해준다. 이런 곳은 주인분 추천 음식 먹으면 실패 확률이 낮다.

최전방 동해바다에서 나오는 제철 수산물에 여사장님 손맛이 더해진 찜, 탕, 찌개, 구이등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동해 최전방 백반의 맛"

여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대구탕을 주문한다.

압력밥솥에 갓 지은 따스하고 고슬고슬한 쌀밥을 공기에 넉넉하게 담아 내준다.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입안에 고인다. 밥만 먹어도 기껍다.

조미하지 않은 생김, 양념 과하지 않게 담근 아삭한 식감이 살아 있는 새금한 김장 김치, 감자조림, 삼삼하게 무친 나물무침, 무생채, 꾸덕하게 말린 반건조한 가자미에 갖은 양념한 쫀득하고 담백한 흰 살의 가자미조림 등을 둥그런 양은 쟁반에 빙 둘러 담아 내준다.​ 평범하지만 손품이 느껴지는 밑반찬들이다.

대구탕은 부엌에서 미리 한소끔 끓인 후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올려 끓여가며 먹는다. 육수에 손질한 대구의 몸통과 꼬리, 이리를 넣고 대파, 무, 양파 등 채소도 함께 넣어 끓였다. 칼칼한 고춧가루가 매운맛을 더한다.

특별하지 않지만 산, 바다, 논, 밭에서 나는 식재료에 손맛을 더한 균형 잡힌 백반 한상이다.


대구탕은 넓적한 냄비에 손질한 대구의 몸통, 꼬리, 이리와 듬성듬성 썬 무, 대파, 양파 등 채소를 넣어 끓인다. 무, 양파, 대구에서 우러난 개운한 국물에 고춧가루의 칼칼함이 더해진다. 담백하고 비린 맛 없는 하얀 대구 속살과 담뿍 담긴 부드럽고 고소한 이리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2월말 거진항 겨울 바다의 참맛으로 입안이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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