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99_보성_소화밥상

2022. 1. 30. 07:50구석구석 먹거리/백반

반응형

[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99_전남_보성_소화밥상]

 

소화밥상은 벌교 보성여관 가는 골목길에 있는 백반 전문점이다.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모임인 시니어클럽에서 운영한다. 운영 시간은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메뉴는 백반 한가지로 5,000원을 받는다. 식재료는 대부분 국내산을 사용한다. 할머님들이 그날그날 식단에 맞춰 음식을 만드신다. 교대로 번갈아 가시면 일하신다. 최소 50년 경력의 할머니 손맛이 담긴 집밥을 맛볼 수 있다. 방문한 날은 할아버님 한 분과 세분의 할머님들이 계신다. 친절하시고 정이 많아 보이신다. 

 


"할머니 정과 손맛이 듬뿍 담긴 집밥"

네모난 나무 쟁반에 따뜻한 밥과 된장국, 밑반찬을 깔끔하게 차려 내준다. 꽃 그림이 그려진 위생 종이 안에 수저가 담겨 있다. 청결하다. 물도 찬물과 더운물을 섞어 미지근하게 해 주신다. 손님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엿보인다. 배려의 멋은 손님이 대접받는 느낌이 들게 하고 맛으로 오롯이 이어진다.

 

한문으로 복(福) 자가 쓰인 밥뚜껑을 연다. 따뜻함과 구수함을 품은 하얀 김이 코끝에 와 닿는다. 코로 맛을 즐기고 위생 종이를 벗긴다. 깨끗한 수저는 얼굴이 비칠 정도로 환하다. 숟가락을 들어 밥을 한술 뜨고 어금니로 꼭꼭 씹는다. 코로 느낀 맛에 은은한 단맛이 더해진다.

숟가락질은 자연스럽게 된장국으로 이어진다. 된장 국물은 담백하고 엇구수하다. 된장 기운이 스며든 배추 우거지는 부드럽게 씹히며 수수하지만, 깊은 맛을 뿜어낸다. 입안 전체가 물리지 않는 된장 맛으로 가득하다.

 

된장의 여운을 즐기며 식판을 바라본다. 배추김치, 깻잎무침, 부추무침, 달걀말이 등 밑반찬과 양파, 파, 고춧가루, 돼지고기 등을 넣어 볶은 달금하고 매콤한 돼지불고기 반찬이 하얀 그릇에 정갈하게 차려져 있다.

 

젓가락으로 바꿔 잡은 손은 찬들을 골고루 맛본다. 밑반찬은 담백한 밥에 알맞은 간이다. 자극적인 맛이 덜해 먹기에 편안하다. 수저질은 밥과 국, 찬을 오가느라 바쁘다. 

 

밥공기가 비워 갈 때쯤 할머니 한 분이 “모자라면 더 먹어” 말씀하신다. 할머니 집에 놀러 온 손자 같은 기분이 일렁인다. 할머님들의 연륜과 손맛이 듬뿍 담긴 푸근한 집밥을 맛봤다. 밥뚜껑에 쓰였던 복(福)을 흠뻑 가슴에 담고 나온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