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명주 원숭이 나무

2022. 4. 16. 06:09바롱이의 쪽지/강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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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명주 원숭이 나무]

일명 '원숭이 나무' 라고도 불리는 버드나무는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몇 번의 큰 태풍에도 무탈하게 버텨냈으나, 8월 장마가 심하던 어느 날 큰 벼락을 맞았다. 이후 나뭇가지 위에 기이한 형상 하나가 앉았는데, 그 모양이 마치 원숭이처럼 보여 그 이후로 '원숭이 나무'라 불리고 있다. 사람들은 마을 전설 속 '원'이 꿈속의 원숭이로 환생해 마을을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다. 또한, 원숭이 나무를 향해 진심으로 기도하면 소원이 성취되고, 아픈 이는 건강을 회복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소중히 아끼며 보존하고 있다.


[명주 원숭이 나무 전설]

조선 후기, 강릉 무지개 마을(현)에 '원'이라는 이름의 사내가 살았다. 강릉 읍성 남문 지기였던 원은 머리가 비상하고 손재주가 좋아 성의 담장 정비를 도맡고 있었다. 그러나 놀기를 좋아하고 잔꾀를 부리는 성격 탓에 툭 하면 몰래 빠져나갔고, 대충 보수한 담장은 비만 오면 허물어졌다.

"원아, 사람은 작은 일에도 진심을 다하여야 한다. 그래야 큰일을 할 수 있어."

"누가 알아나 준답니까? 어차피 시간 지나면 낡고 무너 지는 데 지금 정성을 들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그깟 담장이야 다시 고치면 되니 너무 걱정 마셔요. 어머니.”

원은 자신의 명석한 재주만 믿고, 어머니의 걱정에도 건성으로만 대답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원의 어머니는 알 수 없는 병마에 시달려 사경을 헤매게 된다. 용하다는 명의를 모두 불러 연유를 물어보았으나 저마다 고개를 흔들며 돌아갔다. 날이 갈수록 쇠약해져 가는 노모를 바라보던 원은 매일 밤 남문 앞 버드나무에 나가 어머니의 병세가 호전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 백 일째 밤, 원은 신묘한 꿈을 꾸게 된다. 온몸이 붉은 털로 뒤덮인 작은 원승이 한 마리가 일곱 빛깔 비단 무지개를 타고 내려오더니, 남문 앞 버드나무 위에 앉은 채 나무 아래를 가르키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깬 원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 길로 곧장 나무로 달려가 원숭이가 알려 준 장소를 파보았다. 그곳엔 둥글고 작은 도자기 속에 이야기가 쓰인 지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내용인즉, 대관령 자락에는 일 년에 딱 한 번, 단 한 사람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한 약초가 있는데, 이를 8일간 지극 정성으로 달여 먹으면 어떤 병이든 건강이 회복된다 고 적혀 있었다. 천 년 묵은 소나무 아래에서만 발견된다는 묘초 지도를 품에 넣고, 원은 기쁜 마음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이른 새벽부터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떠날 채비를 하던 원의 마음은 쌓여가는 눈만큼 무거워졌다. 궂은 날씨에 아픈 어머니만 홀로 두고 떠나는 발걸음이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지만, 두고 볼 수만 없는 일이었다.

"원아, 이 어미는 괜찮으니 내 걱정일랑 말고 몸 조심히 다녀오너라."

마음을 굳게 먹고 떠나려는 찰나, 누군가 다급한 목소리로 원을 불렀다. 가을에 대충 엮어둔 담장이 폭설에 모두 무너져 내려 통행로가 막혔고 마을이 고립됐다는 것이었다. 원은 꼼짝없이 담장을 정비하는 일에 힘써야 했고, 그동안 어머니의 병세는 날로 심해져만 갔다. 한 달이 다 지나서야 출발하게 된 그는 마음이 급했다. 꽁꽁 언 대관령 옛 고개를 밤낮 쉬지 않고 올랐다. 퉁퉁 부은 발이 헤지고 손끝은 거칠게 뭉툭해졌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그렇게 풀 한 포기 볼 수 없던 엄동설한부터 따스한 단오절까지 약 3개월을 헤매게 된 끝에 드디어 약초를 구하게 된다.

"어머니, 어머니 원이가 왔습니다!”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왔건만, 안타깝게도 노모는 이미 장례를 치른 후였다.

'평소 어머니 말만 잘 들었더라면 살아 계실 때 더 잘해드릴걸 어혹혹'

이후 원은 평소 어머니의 바람에 따라 모든 일에 정성을 쏟기로 한다. 구해 온 약초는 정성껏 달여 아픈 사람들을 위해 나누어 주었다. 마을 약재상이 된 그는 버드나무를 수호신으로 모시며 마을 사람들을 살폈고, 원의 지극한 보살핌으로 마을 사람들은 남녀노소 누구나 잔병 없이 평안히 살 수 있었다. 과거 안일했던 자신의 행실에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그 무엇도 시간은 되돌릴 수가 없다는 걸 깨닫고 그동안의 불효를 뺏속 깊이 반성한다.

강릉 명주 원숭이 나무 전경/사진 중앙 원숭이 모양 나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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