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13_통영_진미식당

2023. 3. 19. 06:28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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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구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13_경남_통영_진미식당]

통영 서피랑 99계단 가는 길 대로변에 있다. 노부부가 운영하시는 쑤기미탕 전문점이다. 할머님이 음식을 만드시고 할아버님이 손님 응대를 하신다. 명정동 건강위원회 인사 잘하는 모범업소이다. 두 분 다 친절하시고 단골손님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신다.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 두 분이 술 한잔 드시는 모습과 인력 일하시는 분들이 식사하는 모습도 보인다. 단골분들 예약 전화도 온다. 아침 6시부터 백반(식당 내부 메뉴판에는 ‘정식’이라 쓰여 있다.)을 맛볼 수 있으며 생선탕과 생선찜도 판매한다.


"악마의 맛을 먹다!"

쑤기미탕 백반(쑤기미탕을 주문한다. 세월의 더께가 보이는 낡고 네모난 양은 쟁반에 김치, 양념 장어구이, 멸치볶음, 양념 고추지, 다진 청양고추, 생선회, 고추찜, 양념게장, 전복찜, 마늘, 초고추장, 된장, 양념 고추절임, 소시지 부침, 건홍합 무침 등 밑반찬이 빈틈없이 담겨 나온다. 해물, 부추 등을 넣어 따뜻하게 부친 전은 쟁반이 모자라 따로 자리를 잡는다. 수수하지만 허투루 만들지 않은 찬들이 하얀 접시에 깔끔하게 담겼다. 주인 할머님의 성정이 느껴진다. 

따스한 잡곡밥과 쑤기미 한 마리를 넣어 끓인 후 하얀 그릇에 담은 쑤기미탕은 따로 내준다. 밥과 함께 백반의 중심을 잡는다. 잡곡밥에 밑반찬을 곁들여 먹다가 쑤기미탕으로 눈을 돌린다.

쑤기미탕은 맹물에 얇게 썬 무, 쑤기미, 아삭하게 씹히는 썬 양파, 부추, 쪽파 등을 넣어 끓이다 고춧가루로 색깔을 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국물을 먼저 맛본다. 생선의 비릿함과 잡내는 나지 않는다. 몇 번 더 국물로 속을 달랜다. 후련하고 깔끔하다. 

앞접시에 건더기를 건져 먹는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몸통 살과 쫀득한 밥통(위), 톡톡 씹히는 고소한 알, 녹진한 풍미의 간, 미끄덩한 껍질과 지느러미 등 크진 않지만, 쑤기미 한 마리에서 다양한 맛과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큼직한 생아귀의 풍미에 뒤지지 않는다.

쑤기미의 영명인 'devil stinger'는 ‘쏘는 악마’라는 뜻이다. 주인 할머니의 연륜이 쏘는 악마를 요리했다. 할머니 손맛이 ‘쏘는 악마의 맛'을 보듬었다. 뜨내기 여행객의 마음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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