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15_청주_정다운칼만두

2023. 3. 26. 10:32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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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찬을 걱정하는 어머니 마음처럼...

구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15_충북_청주_정다운칼만두] 

청주 주중동 한울2차아파트 건너편 길가에 있는 작은 식당이다. 식당 옆 의상실을 운영하는 포항 출신 남사장님은 사근사근 손님 응대와 서빙을 하고, 솜씨 좋은 여사장님이 음식을 만든다. 가자미, 과메기 등 식자재를 남편분 고향인 포항에서 친척분이 보내준다고 한다.

커다란 양푼 냄비에 통배추 김치와 돼지고기를 넉넉하게 넣어 끓인 김치찌개, 포항산 냉장 가자미와 무를 넣어 졸인 가자미조림, 동태와 무, 채소 등을 넣어 시원하게 끓인 동태찌개, 오징어두루치기, 오삼불고기 등을 판매한다. 직접 만드는 만두는 현재 판매하지 않는다.


"담백한 맛의 여운"

가자미조림 백반(갓지은 보리와 백미가 섞인 밥을 사기그릇에 넉넉하게 담고 달금한 양념에 졸인 쫀득쫀득 씹히는 속살의 코다리조림, 고소한 감칠맛의 마른새우볶음, 꼬독꼬독 씹히는 무말랭이무침, 졸깃한 오징어젓, 상큼한 배추 겉절이, 들큰한 부지깽이 나물무침, 향긋한 깻잎지, 살강살강 씹히는 김무침 등 손맛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밑반찬을 곁들여 내준다.

가자미조림은 주방에서 끓여온 후 식탁에서 한번 더 끓여 먹는다. 육수의 양이 조림보단 찌개에 가깝다. 손바닥만한 포항산 냉장 가자미, 반달 모양으로 썬 무, 대파, 양파 등을 커다란 양푼 냄비에 넣고 얼큰한 양념장을 더하여 팔팔 끓이다 국물이 잘박잘박해질 때까지 뭉근하게 졸여 먹는다. 남사장님이 국자로 큼직한 가자미와 무, 국물을 떠 앞 접시에 담아 준다.

남사장님이 담아준 가자미를 발긴다. 속살이 새뽀얗다. 빨간 국물 위에 얹어져 더 하얗게 보인다. 도톰한 속살을 크게 발라 입에 넣는다. 비린내가 없다.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담박하다. 젓가락질이 바쁘다. 손바닥만한 가자미가 금세 하얀 뼈만 남길 정도로 질리지 않는 맛이다. 다른 가자미를 발겨보니 알이 꽉 차 있다. 톡톡 고소하게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두둑한 가자미 속살이 부럽지 않다.

국물도 한 술 떠먹는다. 매운맛이 깔끔하고 개운하다. 뭉근하게 졸여진 두툼한 무도 한입 베어 문다. 치아가 무에 콕 박힐 정도로 부드럽다. 빨간 국물이 스며든 매운맛은 연하고 무 본연의 단맛은 시원하고 그윽하다.

따뜻한 밥 위에 새하얀 가자미 속살과 무를 얹고 빨간 국물을 넉넉하게 부어 먹는다. 밥알은 양념이 배여 촉촉하고, 무는 말랑말랑 달금하며, 가자미 살은 잡내 없이 깔끔하다. 서로 어우러지며 내는 풍미가 입안을 기껍게 한다.

바다 부드러운 모랫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가자미가 육지 밥상에 올라 중독성 깊은 수수하고 담백한 맛으로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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