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16_김천_평촌식당

2024. 1. 4. 05:00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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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찬을 걱정하는 어머니 마음처럼...

구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16_경북_김천_평촌식당]

 

평촌식당은 김천 청암사 가는 길 초입에 있다. 슈퍼를 하시다 청암사 스님들이 두부 파는 걸 권유하여 손두부를 만드셨던 90살 넘으신 할머님은 몸이 아프셔서 요양원에 계시고 현재는 친정 쪽 손녀라는 여사장님과 남편분이 식당을 꾸리고 있었다.

 

주변 농촌 분들 일하실 때 밥 배달해 드리는 들밥과 단체 수도산 산행객들이 찾아온다고 한다. 손수 지은 농산물과 직접 채취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직접 만든 두부로 만든 두부찌개, 순두부찌개, 촌두부, 촌두부 구이 등을 맛볼 수 있다. 계절 메뉴로 동태탕과 버섯전골을 판매하며 한방백숙, 오리백숙, 닭볶음탕은 예약 주문해야 한다.


자리에 앉으니, 밥이 남아 담그셨다는 식혜 한 통을 먼저 주신다. 쭉 들이켠다. 상쾌하다.


"들밥의 추억"

청암사 답사 후 아침과 점심 사이 애매한 시간에 찾았다. 손두부 간단히 맛보려 했는데 두부가 떨어졌다며 아침 농촌 일하시는 분들 들밥 드리고 남았다며 미역국에 밑반찬을 차려 내준다.

잡곡밥에 새알심을 넣은 미역국, 나물무침, 우엉조림, 양파절임,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들기름 내음이 코를 간지럽히는 미역국을 맛본다. 국물은 고소하고 은은한 감칠맛이 그만이다. 들기름에 볶아진 미역은 어금니에 졸깃함을 남기며 매끈하고 부드럽게 혀를 감친다. 새알심은 어금니에 존득하게 붙박인다.

나물무침은 삼삼하고 간장의 감칠맛을 보듬은 우엉조림은 사근사근하다. 약간의 신맛이 더해진 양파절임은 신선함을 잃지 않고 사각사각하게 씹힌다. 시간의 힘으로 알맞게 익은 김치는 새곰하고, 아삭하게 휘감친다.

수저질 몇 번에 잡곡밥 한 그릇이 순삭이다. 식혜로 식사를 마무리한다. 부드럽고 구수한 밥알이 훌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시원하고 달금하다. 밥알이 많아 차가운 숭늉을 먹은 느낌이 든다. 후식으로 안성맞춤이다.

여사장님께 밥값을 물어보니 그냥 주신 거라며 돈을 받지 않으려 하신다. 몇 번 실랑이 후 메뉴판에 적힌 백반 가격을 드린다. 더운데 여행하며 먹으라고 오이를 주신다. 고마움을 담는다.

여사장님의 인심과 정이 담긴 수수한 농촌의 들밥에 배뿐 아니라 가슴까지 포만감에 젖는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기운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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