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18_상주_할매손두부집

2024. 1. 14. 05:26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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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찬을 걱정하는 어머니 마음처럼...

구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118_경북_상주_할매손두부집]

 

할매손두부집은 상주 함창버스터미널 건너편에 있다. 상주시 함창읍에서 시어머니 대를 이어 며느님이 두부를 만드는 60여 년 전통의 식당이다. 상주 인근에서 구입한 국산 콩으로 만들어 부드럽고 두부 특유의 구수함이 특징이다. 

함창시장에서 구입한 계절에 맞는 신선한 채소와 생선 등으로 만든 밑반찬과 따끈한 두부가 어우러진 정식, 두부전골과 특유의 향과 맛의 산초기름에 구운 산초두부구이가 별미이다.

일정량의 두부만 만들어서 두부가 다 판매되면 일찍 영업을 마치기도 하니 연락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꾸밈없는 간판의 맛"

할매한상을 주문한다. 따뜻한 쌀밥과 뚝배기에 고춧가루, 채소, 묵은지, 띄운 비지를 섞어 팔팔 끓여 짭짤하게 간이 된 비지장이 밥상의 중심을 잡는다.

 

숟가락은 모락모락 김이 오르는 쌀밥을 쿡 눌러 한술 크게 떠 맛본다. 찰지고 단맛이 은은하다. 밥을 뜬 숟가락은 구수한 향에 이끌려 검은 뚝배기로 향한다. 뚝배기 속엔 띄운 비지와 묵은지를 넣어 끓인 비지장이 바글바글 끓고 있다. 숟가락으로 크게 떠 호호 불어 입에 넣는다. 코는 쿰쿰한 향을, 어금니는 꺼슬꺼슬한 비지와 아삭함을 잃지 않은 묵은지의 질감을 느낀다. 또한 혀와 입안은 구뜰하고 깔끔한 매운맛과 시금함을 깨닫는다.

 

비지장은 두부를 만들며 남은 쓸모를 잃은 비지는 시간이란 양념과 묵은김치의 신맛이 어우러지며 맛깔난 지혜의 음식으로 재탄생한다.

양념 고추찜, 나물무침, 도라지무침, 배추김치, 무나물, 버섯 무침, 조기구이, 미역, 두부구이, 양념간장, 고사리나물, 무장아찌 등 수수하지만, 정성이 담긴 찬들이 정갈하게 차려진다. 밑반찬들은 제 물성을 간직하며 알맞게 간이 되었다. 담백한 쌀밥과 어우러짐이 그만이다.

들기름의 들 내음을 맡으며 두부구이를 맛본다. 간수를 적절하게 사용하여 부드러움이 알맞다. 어금니는 거침을 느끼며 씹는다. 입에 들어가면 스스로 부스러진다. 혀는 은은한 단맛을 코는 구수한 풋내를 느낀다. 입안 전체가 두부의 풍미로 기껍다.

막걸리 한잔 들이켜고 찬들을 먹는다. 찬들은 안주로 변신한다. 두부구이는 막걸리와 찰떡궁합이다. 대물림된 노포의 맛은 속을 든든하게 채워 주기도 하고 흥을 돋워주기도 한다. 뜨내기 여행객은 몸과 마음에 행복이란 포만감을 가득 담아 힘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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