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비싸지 않다? 이천원의 행복

원조선지국은 대전역 부근 역전시장 안 노부부가 운영하셨던 선짓국 집이었다. 천 원짜리 선짓국밥과 선지 국수에 왕대포 한잔할 수 있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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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출입문 옆으로 흰 나무 알림판에 검은 글씨로 ‘원조, 선지국수 1,000원, 선지국밥 1,000원 , 왕대포’ 등 메뉴가 적혀 있었다. 현재는 영업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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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짓국 담으시던 주인 할아버지 뒷모습이 어렴풋이 기억에 남는다. 때론 사람의 앞모습보다 뒷모습에서 식당을 추억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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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원의 행복"

식당 좌측에 있는 목로에 앉아 선지 국수를 주문한다. 검붉은 선짓국에 하얀 소면이 다소곳이 웅크린 선지 국수에 빨간 깍두기가 더해진다. 둘이 합해 1,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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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 국수는 주변 채소 상인들에게 무료로 제공받는 우거지와 선지, 된장 등을 넣고 끓인 선짓국에 후추 살짝 뿌리고 삶아 놓은 소면을 넣었다. 국물은 구뜰하고 선지는 폭신하다. 우거지는 졸깃하고 소면은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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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 국그릇엔 뽀얀 국수보단 흐릿한 쌀뜨물같은 막걸리가 가득 담긴다. 왕대포 한잔이다. 1,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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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휘 저은 새끼손가락을 빨아먹은 후 엄지손가락을 푹 담가 왕대포를 쭉 들이켠다. 어디선가 주워듣고 본 대로 하면 맛깔지다. 경험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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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음식은 안주도 되고 밥도 되고 밑반찬도 된다. 2,000원에 혀와 뇌와 내장이 모두 기껍다. 행복은 비싸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