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순천을 보고, 먹고, 마시다!

2024. 5. 6. 05:58바롱이의 쪽지/전라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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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순천을 보다!"

순천 평지마을에서 우리나라 가장 아름다운 이밥을 보고 시내버스를 탄다.


"5월 순천을 먹다!"

승주읍 서평마을에 내려 대성회관을 찾는다. 송광사,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 답사할 때 시내버스를 타고 오가며 기억해 둔 식당이다. 능이 청계 닭장, 능이 청계 백숙, 청계 닭장, 청계 백숙을 맛볼 수 있다. 12,000원 능이 청계 닭장을 주문한다.

따뜻한 청계 알을 까먹고 있다 보면 이밥과 밑반찬, 능이 청계 떡국 한 상이 차려진다. 밑반찬들이 수수하지만, 손품이 많이 들어 보인다.


능이청계닭장은 능이의 향과 청계 닭장의 감칠맛이 배어난 국물이 진하고 깊다. 집간장의 짭짤함이 간을 맞춘다. 떡국떡은 쫀득하게, 향을 국물에 내준 능이는 쫄깃하게, 청계닭은 탄력적으로 어금니에 씹히며 서로 다른 물성으로 먹는 재미를 보탠다.

능이, 청계, 집간장이 배어들고 스며나며 어우러진 깊은 맛이다. 옅고 달큰한 화학의 맛과는 결이 다르다. 좋은 식재료, 발효의 깊은 맛, 만든이 손맛이 합쳐진 전라도의 게미진 맛이다.


"5월 순천을 마시다!"

점심 식사 후 순천 아랫장으로 향한다. 아랫장에 내려 장날 구경을 하고 김유신의 말처럼 '61호 명태전'을 찾는다. 안부 인사를 나눈다. 무덤덤하지만 정이 느껴지는 여사장님의 옅은 미소는 한결같다. 냉장고에서 여수 쌀로 만든 나누우리 막걸리와 밑반찬을 챙겨 자리로 가져온 후 찔룩게튀김과 머리 전을 주문한다.


막걸리 한잔 들이켜고 찔룩게튀김을 맛본다. 고소함 뒤로 여릿한 내장의 쓴맛, 부드러운 속살의 맛, 껍질의 거친 맛, 맛배기의 감칠맛 등 복잡한 맛이 뒤섞인다. 칠게는 작지만, 진한 바다의 풍미를 고스란히 간직한다. 어른들의 과자는 어른들의 음료를 부른다.


막걸리 또 한잔 벌컥 마시고 머리 전도 먹는다. 아가미, 내장, 명태살들의 식감과 맛이 조금씩 다르다. 명태 머리 곳곳에 있는 살점을 찾는 젓가락질이 바쁘지만, 재미는 쏠쏠하다. 술꾼들이 아낄 안줏거리다. 달걀과 기름의 고소한 맛 뒤에는 번철의 뜨겁고 묵직한 맛과 여사장님의 손맛이 숨어 있다.

마지막 막걸릿잔을 마시고 여사장님께 "건강하세요" 말을 건넨다. 여사장님은 눈인사로 뜨내기 단골을 보낸다.

우리나라 가장 아름다운 이밥을 보고, 능이 닭장 떡국의 게미진 맛을 먹고, 정이 담긴 여사장님의 옅은 미소 같은 막걸리를 마셨다.

5월 순천을 보고, 먹고, 마셨다. 좋은 경치, 좋은 음식, 좋은 사람을 가슴에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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