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섬의 기적

2020. 10. 30. 08:00바롱이의 쪽지/충청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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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섬의 기적, 14시간의 사투 그리고 인고의 어머니"

충청북도 단양군 남한강 변 시루섬의 1972년 일어났던 이야기다.

1972년 8월 19일 15시, 남한강의 갑작스런 범람으로 증도리(시루섬)는 고립되었다. 44가구 250여명 주민은 불어나는 물을 피해 가장 높은 곳까지 쫓겨 갔다. 

설상가상으로 어두워지는데 한 가닥 동아줄치럼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건 5년 전 만들어진 높이 7미터 지름 4미터의 물탱크,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사다리 2개를 엮어 뒤에서 밀고 앞에서 끌며 물탱크 위로 올라갔다. 

청년들은 바깥에서 팔을 걸어 안전띠를 두르고 안으로 노약자를 밀어 넣었다. 아이들은 어른 어깨 위로 올라섰고 어른들은 손을 들어서 간극을 좁혔다. 

콩나물시루보다도 더 빽빽한 밀도를 견디면서 몸이 점차 감각을 잃어갈 때 누군가 외쳤다."움직이면 죽는다. 숨을 못쉬더라도 꼼짝하지 마라!" 물은 무서운 소리를 내며 흘렀고 사람들은 한 점으로 엉켜서 밤을 견뎠다.

새벽 1시경, 한 여인의 품속에서 돌 지난 아기가 압박을 못이겨 숨졌다. 어머니는 내색하지 않았다. 동요가 일면 많은 사람들이 물에 빠져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속으로만 슬픔을 삼켰다. 물은 물탱크 6미터까지 차울랐다가 빠졌다. 새벽 5시 날이 밝으면서 구조대가 모습을 나타냈고 14시간 사투는 끝이 났다. 사람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아기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시루섬"


"시루섬의 기적"


"죽은 아기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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