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26. 10:07ㆍ구석구석 먹거리/백반
[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50_전남_순천_베네베네식당]
순천 와온마을 가는 해창리 우측 대로변에 있다. 2015년 은퇴하신 노수녀님이 운영하신다. 점심에만 영업하시는 듯하며 남은 시간은 주변 밭에서 농작물을 키우신다. '베네'는 이탈리어 말로 좋다란 뜻이다. '베네베네'는 아주 좋은, 최상급의 말도 되지만 반대로 형편없이 안 좋은 욕이 될 수도 있다고 말씀하신다. 극과 극은 서로 닿는다.
주변에 주말농장 가지고 계신 분들이 주 손님층이고 드문드문 소문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계신다. 건물은 친정 언니분 소유이고 1층에 식당이 있다. 점심시간도 놓치고 혼자라 노수녀님과 통화를 몇 차례 하고 찾았다. 편하게 오라고 말씀하신다.
입구에 고양이 두 마리가 햇볕을 쬐고 있다. 나중에 들었는데 병든 고양이들을 치료해 주고 보살펴 지금은 집고양이가 되었다고 한다. 희망이와 까망이다. 동물에게도 베푸는 사랑의 씀씀이가 엿보인다.
가정집 출입문에 베네베네식당입구란 글이 쓰여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담한 가정집 같은 분위기다. 십자가와 기도하는 손이 그려진 액자 위로 '주님은 나의 목자'라 쓰여 있는 나무 조각물도 보인다.
노수녀님이 위생장갑을 끼고 수저를 깨끗이 닦아 포장지에 담는다.
"노수녀님의 시골 밥상"
백반(시골밥상과 막걸리를 주문한다. 밑반찬 몇 가지와 양념간장, 방금 부친 따뜻한 전을 막걸리와 함께 먼저 내준다. 막걸리 한잔 시원하게 들이킨다. 잠시 후 고슬고슬하고 따뜻한 잡곡밥과 시금치, 쑥을 넣어 끓인 된장국, 주변 텃밭에서 키운 채소들로 만든 밑반찬을 한 상 가득 차려준다. 움푹 패인 철판에 볶은 돼지고기 두루치기 반찬도 더해진다.
된장국 한술 뜬다. 은은한 쑥 향과 달금한 시금치의 맛이 구수한 된장국에 녹아들었다.
밑반찬들도 밥과 함께 맛본다. 머윗대 무침, 작지만 쫀득한 식감이 좋은 빨간 감자조림, 시금치 무침, 쑥부쟁이 무침, 콜라비 장아찌, 콜라비 깍두기, 아주까리 무침, 쪽파를 넣은 김무침, 무생채, 배추김치 등 텃밭에서 공들여 키운 식자재의 맛을 잘 살려 간을 하셨다. 깔끔하고 수수하다. 먹다 보니 갓 부친 따뜻한 두부구이도 내주신다.
대파, 양파 등 채소와 돼지고기를 갖은양념에 볶은 두루치기도 간이 알맞게 고기에 배였다. 졸깃하고 매곰한 맛이 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그만이다. 평소엔 삼겹살을 내준다. 7,000원의 시골 밥상이다. 흔히 가성비(價性比), 갓(GOD)성비 말들을 한다. 그보단 가심비(價心比), 아니 갓(GOD)심비가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뜨내기 여행객이 집으로 돌아와 어머님이 차려준 밥상을 받은 기분이다. 텃밭에서 정성껏 키운 식재료에 정성과 손맛을 더한 음식들이다. 이젠 시골 농부 할머님이 되신 노수녀님의 은총이 담긴 정성 어린 한 끼다.)
카페베네베네(식사 후 맞은편 카페로 데려다주신다. 이곳과 뒤쪽 에코하우스도 친정 언니분 소유 같다. 와온해변 다녀와 에코하우스에 숙박했다. 빈 방이 있다며 하루 자고 가게 해주셨다. 시골 할머니가 되신 노수녀님의 마음이다. 카페 여사장님도 외국 생활 후 서울서 살다가 이곳에 오신 지 얼마 안 된다고 한다. 노수녀님의 인품이 워낙 좋으시다고 한다. 식당도 인심 후하셔서 장사하시려고 하는 게 아닌 거 같다고 말씀하신다.)
매화차(손으로 따 망에 넣은 수제 매화차를 마신다. 그윽하고 은은한 매화향처럼 수녀님의 시골 밥상이 마음에 여운 깊게 남는다.)
여수 여행 후 순천으로 돌아 가는 길에 교황빵이란 가게가 보인다. 노수녀님 생각이 나 빵을 사 가져다 드렸다. 전에 뵙지 못했던 은퇴하신 노수녀님 한분이 더 계신다.
고맙다며 여행 하며 먹으라고 발효효소를 물에 희석해 피티병에 담아 주신다. 가방에 넣기엔 크다고 말씀 드렸더니 막걸리 병에 담아 주신다. 꼬마사과, 자두, 포도, 더덕 등 주변에서 키운 식재료를 발효한 것이라고 한다. 달큰하다. 기분 좋은 단맛이다. 노수녀님의 마음과 수고스러움이 담겨 있는 소중한 먹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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