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49_남원_인월보리밥

2021. 3. 23. 10:18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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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경북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49_전북_남원_인월보리밥]
 
인월보리밥은  남원 인월시장 안에 있는 보리밥집 겸 대폿집이다. 70살 넘으신 여사장님이 운영한다. 
 
손님들이 가져다주고 직접 농사지은 식재료에 화학조미료의 사용을 절제하여 음식을 만든다. 뷔페처럼 밑반찬과 국, 밥이 차려진다. 기호에 맞게 음식을 담아 먹으면 된다.

 


주인 할머님이 만든 밑반찬들이 음식 용기에 담겨 있다. 뷔페처럼 개인 취향에 맞는 음식을 덜어 먹으면 된다.


시래깃국, 팔팔 끓으며 졸여지는 강된장, 보온밥통에 담긴 보리와 쌀을 섞어 지은 밥이 보인다.


"정성과 손맛이 담긴 할머니 밥상"

쌀과 보리를 섞어 지은 밥에 무생채, 콩나물무침, 민들레, 무나물, 나물무침 등 밑반찬을 담고 된장과 강된장, 약간의 참기름을 넣어 비빈다. 식재료 각각의 식감과 맛이 살아 있다. 짭짤하고 구수한 강된장이 간도 맞춰주고 풍미도 더해준다. 

 

집된장을 푼 육수에 무청 시래기, 무, 쑥, 냉이 등을 넣어 끓인 시래깃국을 함께 먹는다. 구뜰한 국물과 졸깃한 무청 시래기 맛이 그만이다. 막걸리 한잔은 필수다.

 

흑돼지가 먹고 싶어 주인 할머니께 부탁했다. 근처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와 즉석에서 요리해 내준다. 

 

졸깃한 듯 부드러운 살코기에 쫀득한 껍질이 붙은 흑돼지를 듬성듬성 썰어 굵은소금, 고사리, 부추 등을 넣고 볶는다. 흑돼지 두루치기 반찬이 더해졌다. 흑돼지, 고사리, 부추 등이 어금니에 가로 세로로 콕콕 박힐 때마다 서로 다른 질감과 풍미를 입안에 리드미컬하게 토해낸다. 

 

쌉싸래한 민들레, 새콤한 고추지, 상추, 콩잎 절임 등 향토색 짙은 찬들을 곁들여 먹는다. 막걸리 한잔 더 들이킨다. 

 

할머니 손맛과 정성이 담긴 음식들과 술 한잔에 모든 시름이 사라진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주인 할머님이 누룽지에 물을 부어 숭늉을 끓여 내준다. 따뜻하고 구수하다. 배가 불러도 숭늉은 잘 넘어간다. 후루룩 금새 비워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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