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3. 18. 05:58ㆍ구석구석 먹거리/백반
[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47_전남_순천_시장식당]
순천 아랫장 장날(2일, 7일 오일장)만 영업하는 식당이다. 시장 장 보러 오신 분들, 구경 오신 어르신들, 난전 상인분들이 들려 식사도 하시고 밑반찬에 술도 한잔 드신다. 여사장님과 손님 간의 대화에 허물이 없다. 둥그런 쟁반이 가득 넘치게 담아내는 밥상에 시장의 넉넉한 인심이 엿보인다.
"푸짐한 시장의 情을 꿀꺽 삼키다"
백반(시장식당 미닫이 문을 옆으로 밀고 들어간다. 자리에 앉자 여사장님이 몇명인지 물어본다. 메뉴는 백반 하나라 사람 수만 얘기하면 된다. 혹시 혼자는 안된다고 할수도 있어 작은 목소리로 1명이라고 말한다. 대신 검지 손가락을 펴 꼭 먹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여사장님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주방에 주문을 넣는다. 좌측 개방된 공간에서 음식이 만들어지고 상을 차린다.
잠시 후 꽃 그림이 그려진 둥그런 양은 쟁반에 식탁위에 놓인다. 하얀 그릇이 양은 쟁반을 빈틈없이 꽉 채웠다. 공기에 가득 담은 뜨끈하고 부드러운 쌀밥에 배추 우거지를 넣은 구뜰한 된장국과 10여 가지가 넘는 밑반찬이 차려진다. 밥과 함께 먹으면 밑반찬이 되고 막걸리와 먹으면 안주가 된다. 주위를 보니 막걸리와 몇 가지 찬에 한잔 드시는 현지 어르신들도 많다.
찬찬히 눈으로 밥상을 흝어본다. 돌김에 소금 살짝 뿌려 구워낸 돌김 구이, 양념간장, 오이무침, 봄동 겉절이, 미나리 무침, 꽈리고추 멸치볶음, 시금치 무침, 나물무침, 갈치속젓, 무김치, 멸치를 넣어 양념한 깻잎절임 등 밑반찬에 작지만 튼실한 조기를 구워 짭짤한 양념장을 얹은 조기구이 두마리가 반찬으로 더해진다. 밑반찬의 간이 조금 짠 편이지만 담백한 밥과 함께 먹기엔 알맞다.
밥과 밑반찬은 모자라면 더 먹을 수 있다. 푸짐한 시장의 정(情)이 담긴 오천원 백반 한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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