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72_안동_임동식당

2021. 6. 20. 05:00구석구석 먹거리/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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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白飯)]

백반은 '흰밥'이 아니다. '백(白)'은 '희다'는 뜻도 있지만, '비다', '가진 것이 없다'는 뜻도 있다. 백반은 밥이 희어서 백반이 아니라 아무런 반찬이 없는 밥상을 말한다.

국(羹)과 밥(飯)은 한식 상의 기본이다. 여기에 밑반찬을 곁들이면 백반이다. 밑반찬은 반찬이 아니다. 밑반찬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대부분 장(醬), 지(漬), 초(醋)에 속하는 것들이다.

음식평론가인 황광해 씨는 "백반은 반찬이 없는 밥상, 밥+국+장, 지, 초의 밥상이다."라고 표현하였다. 밑반찬 중 김치, 나물무침 등은 지(漬)에 속하고 초(醋)는 식초, 장(醬)은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담북장 등 모든 장류를 포함한다. 장, 지, 초는 밑반찬이지만 정식 반찬은 아니다.

여행하다 보면 가정식백반 이란 문구가 쓰인 식당을 자주 목격한다. 식당에서 손님들이 어머니가 차려준 집밥처럼 정성이 담긴 상차림을 맛보게 하려는 의미인 듯 하다. 그렇다. 백반은 수수하고 소박하다. 평범하지만 집밥처럼 친근하고 푸근하다.

좋은 백반집의 모든 음식에는 정성이 담겨 있다. 끼니마다 밥과 반찬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처럼...

경북 안동역 벽화


[바롱이의 백반 마실돌이_72_경북_안동_임동식당]

 

안동 북부시장에 있는 대폿집 분위기가 나는 식당이다. 내부는 허름해 보이는 선술집 같지만 깔끔하다. 친절하고 웃음소리가 호탕하신 여사장님이 운영한다. 한쪽 다리가 좀 불편해 보인다. 식사 하는 동안 연신 밥 모자라면 더 먹으라고 말씀한다.

식당 벽 한쪽에, 종이에 붙은 메뉴판이 있다. 삼겹살, 돼지두루치기, 닭볶음탕 등 안줏거리와 보리밥, 칼국수 등도 판매한다. 가격은 착하지만 음식 맛은 비싼 곳이다.


"호탕한 웃음을 맛보다"

백반(메뉴판엔 없지만, 백반을 주문하면 큰 양푼에 보리, 조, 쌀을 섞어 지은 따뜻한 밥을 푸짐하게 담아 내준다. 모자라면 더 준다고 한다. 시장의 두둑한 밥정이다. 삼삼하고 구뜰한 된장 국물에 배추, 두부, 대파, 청양고추 등을 넣은 된장찌개도 내준다. 혼자 먹기엔 양이 넉넉하다.

땅콩 장, 멸치볶음, 어묵볶음, 콩나물무침, 머윗대 무침, 대파 김치, 묵은 김치, 미역무침, 툭툭 투박하고 어슷하게 썬 배추에 새콤, 매곰하게 무친 재래기(겉절이의 경상도 사투리로 '생절이'라고도 부른다.) 등 직접 만든 밑반찬도 둥그런 양은 상 가득 담아 내준다.

이나 찌개, 밑반찬은 조금씩 바뀌는듯 하지만 여사장님의 호탕한 웃음과 음식 솜씨는 한결같아 보인다. 시장 안에서 시골 할머니의 정과 손맛을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은 곳이다.)


비빔밥(잡곡밥을 밑반찬과 먹다 보면 비벼야 할 때를 눈치껏 알게 된다. 매콤 새콤하게 무친 배추겉절이가 담긴 양푼에 밑반찬, 밥, 된장찌개 건더기와 국물을 넣어 골고루 섞이게 비빈다. 밑반찬의 양념과 된장찌개 국물이 비빔장을 갈음한다.

 

비빔밥을 숟가락으로 푹 퍼서 입에 들이민다. 푸르싱싱한 배추는 사각사각, 노란 콩나물은 아삭아삭, 어금니에 씹히며 또각또각 귀에 박힌다. 동시에 된장찌개 속 배추와 두부는 귀거친 소리를 잠재우듯 부드러운 식감으로 균형을 맞춘다. 뒤이어 산뜻하고 고소한 맛, 구수한 맛은 혀를 놀린다. 

 

맵고 달고 짠 감칠맛의 비빔장 대신 된장찌개의 국물과 찬의 양념들은 잡곡밥의 담백함 속에서 알맞은 간을 맞추며 어우러짐을 이룬다. 이 모든 것이 주인장 할머니의 시원시원한 웃음에서 손맛으로 연결되었음을 알아차릴 땐 이미 양푼은 덩그러니 은색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흐무러진 마음에 웃음소리가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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